"어미 돼 친정 왔어요"

입력 2002-07-24 14:41:00

2년전 아파트 베란다 빈 화분 둥지에서 부화해 날아간 새끼 야생비둘기(본지 2000년 8월 21일 1면 보도) 암컷이 어미가 돼 다시 같은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부화해 이 과정을 촬영하는데 성공해 화재.

이 비둘기는 지난 5월 25일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청구아파트 203동 안상호(47)씨 집 베란다에 날아들어 네모난 플라스틱 화분 바닥에 나뭇가지로 산실을 꾸민 후 2개의 흰알을 낳고는 암수가 24시간 교대로 알을 품은 끝에 지난달 25일 새끼를 부화했다.

야생비둘기는 보통 흙비둘기(천연기념물)와 양비둘기 멧비둘기등이 있는데 안씨 집에 산란한 비둘기는 양비둘기.

경희대 윤무부 교수(조류학)는 "양비둘기는 몸길이가 30㎝정도로 깊은 산이나 강·호수 등의 높은 바위 벼랑에 10, 20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새로 아파트에서 부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산란에서부터 부화할 때까지 어미새는 손으로 만져도 날아가지 않고 오히려 공격하는 모성애를 보였고 부화 1주일 후부터는 매우 예민해져 작은 인기척에도 몸을 피하는 야생성을 보였다.

안씨가족은 비둘기가 알을 낳은 직후부터 두달 동안 큰소리 한번 지르지 못했음은 물론 거실 창문까지 닫아걸고 에어컨도 켜지 못한채 여름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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