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파장-(상) 흔들리는 우리기업

입력 2002-07-24 14:59:00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화 가치 약세지속으로 인해 수출 중심의 지역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상실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주요 요인이다. 환율 하락은 해외시장에서 달러 표시 가격으로 경쟁하는 수출기업에는 악재인 반면 달러를 지불하는 수입업체나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도움이 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원-달러 환율 10% 하락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한 달후부터 소비자물가가 1.8%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원고 충격은 국내 실물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고 있다. 중국과의 경합품목을 중심으로 한 수출업체들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나 떨어진 반면 중국 위안-달러 환율은 변동이 일어나지 않아 지역의 주력업종인 섬유.잡화류.안경 등 중국과의 경합품목이 경쟁력을 크게 잃은 상태다. 선진국과 경쟁하는 기업의 경우도 경쟁력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지역의 대부분 중소 수출업체들은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 기업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에 원화절상 부담을 수출단가 인상으로 탈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에서 우위인 업체가 드물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지역의 중소 수출업체들은 고정 수출라인을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현재의 수출단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대구지역의 섬유 수출업체인 성안섬유 관계자는 "수출물량 계약 시점인 3, 4개월 전과의 환율변동 폭이 커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인건비에다 환고 현상까지 겹쳐 이중고가 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업체 등 지역의 상당수 중소 수출업체들은 수출 원가를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원가 산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수출 채산성 악화를 막기위해 환율변동보험 가입 등 환 리스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의 원화 강세로 인해 전국 중소 수출기업의 85.4%가 수출경쟁력 하락, 18.8%가 적자수출 국면에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소 수출기업들은 수출단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20.4% 만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반면 79.6%는 바이어 이탈이나 장기계약 등의 이유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54.5%는 현재의 환율 상황속에선 수출이 당초 계획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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