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막말 싸움장

입력 2002-07-24 12:23:00

23일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의 '빨치산 집단' 발언 파문으로 국회 의원의 자질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전에도 의원들간의 '막가파식 육두문자'와 '멱살잡이, '재떨이 투척사건'이 국회 파행을 낳았으나국회 윤리특위 차원의 문책을 받은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 유고' 발언을 했다가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직에서중도하차했고 같은 당 강창성 의원은 서해교전 후 국회 국방위에서 "전쟁 한번하자"고 말했다가 '속기록 삭제'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송영진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동료 선배인 조순형 의원에게 '××놈'이라는욕설을 퍼부어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00년 10월 건교위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권기술 의원에게도 욕설을 해댄 바 있는 인물.

지난 2월 18,19일 열린 대정부 질문도 '막말 경연장'이 되다시피했다. 당시 국회 파행은18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조사를 요구하고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이회창 후보와 두 아들 및 부친의 전력을 제기하면서 빚어졌다.

송 의원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한반도분단을 고착시키려는 '악의 화신'에 편승, 대권욕을 채우려는 이회창 총재의 '악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 후보를 원색 비난, 물의를 빚었다. 그러자 19일에는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이 "김대중 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이라고 해 파문이 일었다.

2000년 12월 국회 예결특위에서는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자민련 정우택 의원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 의원은 지난 96년 9월 당시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재떨이를 집어 던져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같은해 11월14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말하는사람들이 있다"고 해 대정부 질문이 며칠간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이같은 국회의원들의 잇단 막말을 두고 정치권은 "상대당 특정인을 겨냥, 최소한의 논리와 근거조차제시하지 않는 채 극단적인 인신공격을 펴는 것은 의원자질마저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저질.극단발언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배경에는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충성경쟁 내지 공격일변도의 당 지도부의 기류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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