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봄.가을 중소도시마다 길거리 축제가 봇물을 이룬다. 저마다 도시의 특색을 살린 먹거리.입을거리.볼거리들이 도시 전체를 장식한다. 도심 일정 구간의 차량 통행을 차단한 뒤 도로 한 가운데에 임시 천막을 치고 매장이 꾸려지는 식이다.
한켠에서는 길거리 공연이 이뤄지고 한켠에선 손수 만든 수공예품 판매가 한창이다. 먹고 마시고 춤추고 주민 누구나가 참여하는 축제 한마당이다.이런 축제는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간 진행되는데 모두가 관심을 기울인다.
지난 4월 하순 동북부 조그만 도시 루이스버그. 축제가 시작되기 일주일전부터 주민들은 들떠 있었다. 어디를 가도 축제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 박물관, 심지어 대학에서도 축제 안내 팸플릿을 나눠주며 어떤 가게에 무슨 상품이 나오고, 언제 무슨 공연이 있으니 꼭 들러달라는 식이었다.
지방정부나 행사 주관기관이 주도한채 시민들과는 유리돼 진행돼 온 우리나라 도시 축제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경매 방식을 통한 상품판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나 가정에서 소중히 쓰던 물건을 내놓고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판매한다. 웬만한 행사장에선 거의 경매가 등장하고 가장 인기도 높단다.
축제가 시작된 날. 노인 20여명이 탭댄스, 탱고, 포크댄스를 추고 있었다. 60대 초반에서 70대 중반까지 남녀가 함께 어우러진 그들은 구슬같은 땀방울을 쏟아내면서도 연신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달전부터 하루 3시간씩 연습을 했단다. 한쪽 숲에선 중학생 체조선수들의 기계체조 시범이 이어지고 또 한켠에선 남녀 고교생들의 댄스공연이 펼쳐졌다.
축제 때는 수많은 토속 물건이 쏟아진다. 겨울 크리스마스트리나 연하장, 가족.친지에게 줄 선물도 축제 때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돈은 좀 비싸도 기념품으로는 이 때 구입하는 것이 가장 의미가 깊다고 한다. 도시의 전통적 특색을 나타내는 상품은 없어서 못팔 정도다.
먹거리 장터에 나온 음식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로타리.라이온스클럽 등 사회봉사단체들이 운영하고 그 돈은 기부, 이웃돕기 등 공익적 활동에 쓰여지기 때문이다. 도로 한복판이 막혀 교통 불편이 이어져도 불평을 드러내는 시민들은 없다고 했다. 도시 명성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축제가 시작되면 도시를 떠났던 사람들도 휴일을 이용해 대거 방문한다. 축제 때는 도시 인구가 평소보다 많게는 두배까지 증가하기도 한다. 축제는 시민들에게 여흥 뿐만 아니라 일체감 조성에 큰 몫을 한다.
축제가 시민 전체의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면 파티는 소집단간의 친밀감 강화에 큰 기여를 한다. 사실 파티라기보다는 초대문화라고 표현하는게 더 옳을 수도 있다.
잘 차려진 잔치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집주인인 호스트가 평소 먹는 것에 한두가지를 더한 정도. 특이한 것은 파티에 가는 사람이 음식을 준비해 간다. 주로 자기 집의 특징있는 요리를 가져가는데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치즈, 샐러드, 과일 등 간단한 것들을 갖고 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갖고 간 음식을 잘 먹어주면 아주 좋아한다. 참석하는 사람의 기호에 맞춘 음식을 준비,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경우도 있다.
파티는 먹고 마시는 자리라기보다는 이웃.친구들간 대화의 공간이다. 음식을 더 먹으라고 권하는 사람도 없다. 늦게 온 사람이 먹든 말든 주위 사람은 신경쓰지 않고 대화에 열중한다. 호스트가 손님의 음식 평가에 신경쓰는 우리네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참석했던 손님이 가더라도 배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잘가라는 인사 뿐이다.
파티를 끝내도 크게 치울 게 없다. 쓰레기는 분리해 휴지통에 넣고 식기는 세척기에 넣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처럼 설거지 하는데 주부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손님을 초대해도 부담이 없다. 음식도 부부가 같이 만든다.
미국에선 밖에서 치러지는 대부분의 행사가 식사를 곁들여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해피 벅(happy bug)'이란 독특한 문화가 있다. 참석한 사람들마다 약간의 돈을 거둬 추첨을 통해 1, 2명에게 몰아주는 방식.
참석한 사람이 많을 때는 당첨자가 3명 이상 나오기도 한다. 당첨된 사람에게 엄청난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뜻에서 모두 기꺼이 낸다. 금액은 1인당 대부분 1달러 정도. 당첨된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행사장에선 식이 거행되기 전 반드시 미국 국가를 부르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한다. 아무리 참석자가 적거나 규모가 작은 행사라도 이것은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해 '9.11 뉴욕테러' 이후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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