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식 투기용?

입력 2002-07-17 12:14:00

하이닉스반도체가 연일 사상 최고의 거래량을 분출하면서 국내 증시 지표의 왜곡을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증시를 투기 장세로 몰고 가고 있다.

16일 하이닉스는 하루 동안 무려 14억9천287만주나 거래되며 자신이 12일 세운 사상 최고의 거래기록(13억378만주)을 갈아치웠다.

하이닉스 거래량 폭발 덕분에 거래소시장의 일일거래량도 이날 19억5천990만주나 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단일 종목의 거래량이 전체 증권시장의 거래량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것은 세계증시에 유례없는 일이다.

증시 분석의 가장 주요한 지표로 꼽히는 거래소시장의 총 거래량은 하이닉스 거래량 폭발로 인해 이제 시장지표로서의 신뢰성마저 상실하고 있다.

저가 부실주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상위 200종목(KOSPI 200)에 포함돼 있어 선물지수 및 기관투자가의 프로그램 매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 부작용도 낳고 있다.

납입자본금 규모로만 볼 때 하이닉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대형 '엽기' 주식이다. 총 발행 주식이 52억3천997만주로 국내 거래소시장(249억7천만주)의 20%를 차지하며, 자본금 규모도 26조1천998억원에 이른다.국내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의 지본금은 7천600억원, 3조2천억원이다.

하이닉스는 그러나 초저가주이어서 시가총액이 3조3천535억원(16일 종가기준)으로 거래소 전체시가총액(309조3천690억원)의 1.08%에 불과하다.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도 하이닉스가 상.하한가를 기록했을 경우 종합주가지수 ±1.28 포인트 변동 요인이 생기는 정도다.

수치상 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실제로 이 종목의 주가 등락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심리적 파괴력은 만만치 않다. 이 종목에는 데이트레이더와 서울 강남의 사채업자 등 '큰손'이몰리면서 독자생존, 매각 등 뉴스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투기적 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장보고트레이딩센터 이임식 팀장은 "증권가에서는 '하이닉스가 죽어야 시장이 간다'는 극단적인 말마저 나돌 정도"라고 전하고 "자본감소 조치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하이닉스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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