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超 슈퍼 세균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02-07-17 00:00:00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도 죽지 않는 '초 슈퍼 박테리아'가 전국의 병원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니 의료계는 물론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원 정윤섭 교수팀이 2000년부터 1년간 전국 28개 종합병원 입원 환자 7천275명의 상처 부위에서 채취한 가검물을 조사한 결과 654명에게서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르바페냄에 내성을 보이는 녹농균과 에시네토균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세균에 들어 있는 변종 효소 'VIM2'는 다른 세균에 침투하기 쉬운 유전자인 인테그론 속에 똬리를 틀고 있어 다른 세균으로 확산 가능성이 높다 한다. 더구나 이 박테리아는 주로 병원 중환자실이나 치료기기를 통해 감염되고, 화상환자나 면역이 약한 환자가 감염될 경우 폐렴과 패혈증 등의 증세로 숨질 수 있다니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에서는 80년대 말 기존의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르바페냄이 개발된 이후 다른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았으며, 이 항생제 오·남용 결과 초 슈퍼 박테리아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세균에 대한 항생제 개발이 요원한 상태여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금으로서는 병원 내의 감염이라도 막기 위해 격리 치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니 답답할 따름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세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 중환자실이 갖춰진 병원에 감시대책위 설치를 서두르고, 8월 말경 관련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지만, 병원에 가기가 되레 두려워진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균은 끊임없이 항생제의 약점을 찾아 내성을 키워 왔고, 의료계는 그 변신한 세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초 슈퍼 박테리아의 경우 새 항생제의 개발이 요원한 형편이어서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새 치료제 개발이 될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도 찾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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