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스페인의 고(故) 안익태 선생 집을 "매입해서 기념관으로 보존하겠다", 또 "빨리 그렇게 하라"고 국무회의 석상에서 맞장구를 친 총리.부총리의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를 이 난을 통해 전한 바 있다.
그때는 이 땅의 장관들의 짓거리가 하도 어이없음을 웃어본 것이지만, 정작 그곳 교포사업가 권영호씨가 사들여 기증한 90년이후의 그 기념관 상황이 안 선생가족의 살림집 이상의 아무것도 아닌 채로 버려져(?) 왔다는 사실에선 그 웃음마저 잃게 된다.
더구나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 대구의 시민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도 추진과정상의 문제, 민(民)과 관(官)의 협력, 문화와 문화재를 보는 우리 모두의 '의식'의 문제 등에서 자칫 안익태기념관과 똑같은 행로를 걸을까 적이 걱정이다.
▲'화목한 작은 마을'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인터불고'를 호텔이름과 그룹이름에 붙일 정도로 스페인을 사랑했고, 안익태 선생의 집까지 매입해 정부에 기증했던 권영호 회장의 소회는 그 이후의 기념관 보존상황에 대한 궁금증과 안타까움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된 이 집을 당시 문화관광부는 외면했는데, "사달랄 때는 언제고 사주니까 나몰라라 하면 누가 애국하겠느냐"고 따진 끝에 정부가 인수했고 안익태기념재단이 설립됐으나 재단관계자들은 지금껏 한번도 현지답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고서 무슨 재단인가. 현재 이 재단엔 외교통상부 문화국장이 이사로 포함돼 있다.
▲기념관이란 건물만 달랑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안익태기념관이 기념관으로서 존재하려면 '사람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가 쓰던 지휘봉 악보 악기들과 그의 손때 묻은 생활도구들이 그 속에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안 선생이 남긴 문화와 역사성이 보존되는 것이다.
권 회장은 "팔순의 미망인 로리타 여사가 죽고나면 사실상 유품의 인수는 어렵다"고 전했다. 장성하고 결혼한 딸 셋이야 이미 한다리 건넌 사람들이니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무어 그리 애틋하겠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유품의 회수.보존에 여태껏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다.
스페인 관광투어에 안익태기념관을 넣는 것도 생각해 볼 방법일텐데, 민(民)이든 관(官)이든 필요할 때만 '안익태'를 팔아먹겠다는 생각이니 안타깝다.
▲'상화고택 보존운동'이 서명운동을 거쳐 2단계 사업인 '모금운동'을 앞두고 범시민적 조직화 문제에서 기로에 섰다고 한다. 생각과 현실이 너무 차이나는 탓이다. 그러나 땅문제만 해결되면 끝일까? 그 문화공간 안에 '상화의 냄새'가 없으면, 보여줄 문화가 역사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것들은 생각처럼 쉽게, 그냥 모아 질수 있지 않다. 껍데기 이전에 내용물이 더 큰 문제임도 함께 걱정할 때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