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2-07-11 14:02:00

고층 아파트 전망층

풀 한 포기 뿌리 내리지 못하는 허랑방천

하늘바람구름

나무산해달별

천둥번개까치

모기하루살이

눈송이먼지나방나비날개짓……같은 것들, 한 장

평면의 자잘한 모눈으로 구획정리하여 걸어둔 방충망

그걸 움켜잡고 한바탕

짝짓기 사랑놀이를 펼쳐놓는 암수

배넓은 사마귀 한 쌍

-김민정 '방충망'

방충망과 친근한 계절이 돌아왔다. 말그대로 인간에게는 벌레들의 침입을 방어하겠다는 구조물이다. 시인의 예민한 눈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방충망에 집중했다.

잘 구획정리된 듯한 방충망의 모눈 한칸이 시인의 눈에는 세계의 전부이다. 이 작은 세계 속에서 모든 생과 소멸의 자연현상이 발생한다. 바람, 나무, 눈송이, 나비의 날갯짓이 이 속에서 이뤄진다. 그 가운데 압권은 짝짓기라는 사마귀의 사랑놀이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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