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2-07-11 14:10:00

버스 광고판에는 김희선이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중심가 디스코텍에는 이정현의 '바꿔', 영화관에는 국산영화 '아프리카', 텔레비전에는 드라마 '가을동화'…. 일전 중국상해에서 만난 한국문화산업들이다. 모든 건물이 서로 다르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 곳.

하루가 다를 만큼 변화속도가 엄청난 도시가 상해다. 하지만 한류는 식지 않고 있었다. 아니 월드컵으로 열기를 더해 가는 듯했다. 이에 반해 정작 우리는 이미 '한류'를 잊은 것처럼 보인다. 그 호들갑을 떨던 정부도 잠잠하기만 하다. 불과 수개월 전, 동남아 화교권 각 나라마다 '한류기념관'을 짓겠다고 발표하던 문화관광부다.

미국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영화 한편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현대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 올리는 것보다 많다며 침을 튀기던 게 불과 얼마전이다.

물론 지난 선거에서도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한 지방자치단체장후보가 많았다. 그들은 지역축제의 진정한 부활을 통해 집단성.주기성.공간성을 지니게 하겠다고 했다. 세계적 문화행사를 유치하여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로 삼겠다는 이들도 있었다.애초부터 문화산업을 유행이나 정치홍보의 장으로 여기는 그들이다.

하긴 전번 단체장들도 그랬다. 세계적인 젊은이 대회를 치르면서도 이념제정, 슬로건 만들기에 몰두(?)하느라 정작행사전체진행은 특정 이벤트업자에 맡겼다.

세상에 좋은 말들을 모두 모아놓고는 대회이론 만들기에 만족하는 그들이다. '~세계~'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하고 수학여행을 종용했다. 끝없이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문화의 세기에 이 정도 출혈은 당연하고 불과 몇 나라 초청으로 세계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단체장도 있었다.

세계 문화산업의 규모는 1조3천억달러 규모. 미국은 이미 항공우주산업에서 문화산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앞서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수출은 연간 10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능한 것이 큰 이유다. 대구는 게임, 경북은 애니메이션…지역 고유성에 맞는 문화산업의 특성화를 제안한다.

예산은 대중이 외면하는 '인기가수 초청공연'이나 '아가씨 선발대회' 등에 드는 수백억원으로 충분하다. 덧붙여 '국민의 정부'가 '가족의 정부'가되지 않으면 된다. 공적자리에 사위를 불러 사진이나 찍어대는 자치단체장만 아니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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