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함께가자(1)지역利己 버리고 균형발전 이뤄야

입력 2002-07-08 14:00:00

"중앙정부 설득과 지역민의 뜻을 전달하느라 2000년 7월부터 서울을 30번 넘게 오갔는데 이제 겨우 우리 입장을 조금 헤아리는 것 같습니다".대구지하철 경산지역 연장을 위해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경일대 김재석 교수는 지하철 문제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11개 대학이 몰린 학원도시 경산으로 지하철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지난 2년간 매달렸는데 대구.경북의 공동 발전을 위한 사안인데도 대구.경북은 너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91년부터 대구는 지하철 건설에 나서며 인근의 성장도시 경산에 대한 배려를 않았다. 경산은 대학도시로서 발전을 거듭, 곧 13개 대학으로 늘어날 상황.

각 대학은 학생들의 등교 편의와 대구와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하철 연장을 바랐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자 재작년7월부터 지하철 유치운동에 나섰는데 이제 겨우 대구와 경북, 정부가 관심을 갖고 타당성 조사에 나선 것이다.

김교수는 "지하철 연장은 경영수익 뿐 아니라 미래인재 육성차원의 투자인데도 그동안 대구와 경북은 서로 다른 입장임을 내세워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구시와 경북도의 협력체제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낙동강 주변 공단개발과 산업유치도 협력이 절실한 분야.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대구.경북이 기존의 개발.발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산업 재배치 등 두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역 이기주의적 행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가 차별성 없이 기업유치에 나서고 경쟁적으로 공단을 조성하는 중복투자로 재원을 낭비한다고 지적한 조국장은 "대구의낙동강 프로젝트를 통한 공단조성보다 구미공단 활용과 산업 재배치를 통한 두 지역의 균형발전이 협력의 초점"이라고 했다.

대구사회연구소장으로 지방분권 운동에 앞장서는 경북대 김형기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교수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중요 협력분야는 지방분권 운동과 더불어산업재배치, 공단조성, 낙동강 개발계획 등"이라며 "무차별적인 기업체 유치경쟁과 중복투자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대구와 경북이 한 권역인 점을 감안해 각종 개발계획을 세우는 한편 서로의 자원을 활용하고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네트워크화해서 광역권 개발을 추진하는 등 계획단계부터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교수는 상호협력과 갈등해소 및 의견조정을 위한 기구나 시스템 구축, 시.도와 각 기관.단체를 묶는 공동포럼의 개최 필요성도 제기했다. 경북도 김길원 건설도시국장도 "경북 관할이었던 달성공단 조성때 시.도간에 기업유치 경쟁이 빚어지면서 대구 성서공단이 세워졌고 달성공단의 진입도로 개설 등에 대구의 비협조로 애로점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경쟁적 공단조성의 문제점을 들었다.

대구.경북의 협력 필요성은 SOC사업에서도 나타난다. 김 국장은 "팔공산 순환도로의 일부 구간은 경북쪽은 확장공사가 끝났지만 대구쪽이 확장안돼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하양~와촌~대구로 연결되는 지방도를 비롯, 대구와의 접경지역에 도로의 확.포장 사업이 진행중이거나 추진중이지만 대구와의 예산.협조체제 등 문제로 병목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팔공산을 둘러싼 개발과 관리도 협력이 절실한 부문. 대구쪽과 달리 경북지역은 난개발로 몸살을 앓으면서 자연경관도 나빠져 '난개발 견학장소' 같은 인상이다.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무분별하게 개발, 훼손이 심각한 지경. 팔공산 공원주변의 대구시와 경북도, 칠곡.군위.경산 등의 무관심과 협력부재가 낳은 결과물이다.

대구 팔공산 공원관리사무소 황병윤소장은 "러브호텔 등으로 심각히 훼손된 경북쪽의 팔공산을 외면하고 대구쪽으로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타깝기는 경북도 마찬가지. 칠곡출신인 경북도 이진관 환경관리담당은 "대구와는 달리 집단시설 지구가 없어 위락시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해 팔공산이 망가지게 됐는데 이제라도 팔공산보호에 모두 나서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같은 시.도간 협조미흡에 따른 문제에도 불구, 최근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다행스럽다.

시.도는 치열한 경쟁을 뒤로 하고 나노팹센터의 포항공대 유치에 함께 나섰고 민선3기출범 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손잡고 협력을 공언했다. 구체적 협력사업에 대한 선별과 협의체 구성작업에 들어가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경북도 정상수 기획관은 경북농산물의 대구 직거래 확대 등 총 23개 분야의 공동발전 사업과제 선정을 이미 끝냈다. 정기획관은 "두지역 발전을 위한 공동노력과 협조는 적잖은 성과를 낳을 것"이라 기대했다. 대구시 도시건설국 김영창국장도 "지하철을 비롯, 도로건설과 광역도시계획 등은협력이 비교적 쉬워 좋은 결과가 예상되며 계획 단계부터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도 최윤섭 기획관리실장은 "두지역이 계획부터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발전속도도 빨라질 것"이라 평가했고 4선의 김선종 경북도의원(안동)도 "시.도가 경쟁보다 상호발전을 위해 사업시작부터 협력하고 시.도의회도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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