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수목원

입력 2002-07-05 14:07:00

모감주나무, 구상나무, 망개나무, 층층나무 등 고산식물과 금낭화, 매발톱꽃, 얼레지, 구리떼 등 자생 희귀수종.

이름만으로도 편안하고 정다운 숲을 떠올리게 된다. 해발 600m 고산지대에서 내뿜는 상쾌함을 마시며 앙증맞은 야생화들을 감상하다보면 여름 한낮도 짧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아직은 그 감동, 환희가 남아있을 터. 들떴던 마음을 심호흡 한번으로 추스를 수는 없다. 분출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여행에는 수목원도 좋을 듯하다.

포항 죽장면 상옥리에 있는 내연산수목원(경북도립수목원). 동해안 월포해수욕장에서 13㎞로 멀지 않지만 아직은 오지의 풍광을 보여줄 만큼 고지대다. 동해안 바닷가 지역인 청하에서 포항 서쪽 내륙지역인 죽장면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 샘재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다.

포장도로이긴 하지만 꼬불꼬불 고갯길이 험하다. 96년부터 6년간 조성, 작년 9월 개원했다. 16만5천평의 면적에 총 720종 7만8천그루의 식물이 심겨져있고 고산식물원, 방향식물원, 울릉도식물원, 관목원, 침엽수원 등 24개 소원으로 구분해 조성돼 있다. 군데군데 잔디밭과 벤치가 있어 가족단위 여행에는 그만이다.

곳곳에 길을 낸 생태관찰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초여름의 녹음과 숲의 향기, 바람소리에 점점 빠져든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창포, 물옥잠, 붓꽃 등이 반기는연못주변을 거닐며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 식사는 미리 도시락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수목원 동쪽 산봉우리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강구항까지도 선명하다. 빽빽한 숲과 계곡, 바다. 이곳에서 둘러보는 경치는 그것만으로도 모자람이 없다.

"지금도 일출을 보기위해 연초만 되면 북새통입니다. 2004년까지 이곳에 전망대를 새로 설치하면 동해일출의 명소가 될 것입니다". 내연산수목원 손인수 소장은 수목원과 동해, 보경사, 옥계계곡 등 주변의 관광지를 연계해서 돌아보면 더 좋다고 귀띔해준다.

하긴 주변 풍광도 수목원에 비해 만만치않다. 실제로 수목원 주변에는 여러개의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다. 수목원 뒤쪽 매봉(해발 816m)에서 능선을 따라 내연산 정상 향로봉(930m)까지 왕복 5, 6시간의 산행도 좋다. 거리는 7.4㎞.

푸른 동해를 눈가에 달고 하는 산행이라 피곤을 느낄 겨를이 없다. 채비를 갖춘 뒤 수목원 뒤편 계곡을 타고 보경사까지 맑은 계곡의 절경을 따라가도 된다. 13㎞로 4, 5시간이 소요된다. 동편 전망대를 거쳐 삿갓봉(716m)을 돌아오는 코스는 1시간 거리.

4륜구동의 지프라면 가까운 옥계계곡을 들러도 좋다. 상옥리에서 옥계계곡까지는 약 4㎞정도가 비포장인 상태. 일반승용차는 영덕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옥계계곡은 영덕군과 청송군, 포항시가 만나는 첩첩산중의 무공해 계곡.

여행전문가들이 여름철 피서지로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곳이다. 기암절벽 한편에는 뛰어난 경치로 이름난 '침수정'이라는 옛 정자가 있다. 주왕산과 내연산의 골짜기 물이 이 곳에서 만나기 때문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청정옥수를 자랑한다.

옥계 계곡을 내려다보는 산은 8개의 봉우리가 있는 팔각산이다. 4.5㎞ 정도의 등산로가 있으며 왕복 약3시간 정도 소요된다.

샘재에 위치한 내연산 수목원은 장마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더 환상적이다. 청하에서 오르는 8㎞ 굽이길은 평소에도 드라이브코스로 그만이다. 하지만 비오는 날 이 길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자욱한 안개로 꿈속 같은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평일엔 마주치는 차도 거의 없을 만큼 한가한 도로. 안개가 심할 땐 비상등을 켜고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좋다.

대구가 출발지였다면 돌아오는 길은 수목원∼상옥리(68번 도로)를 거쳐 죽장∼자양댐∼영천(69번 도로)∼대구로 코스를 잡는 것이 좋다. 2시간 가량 걸린다. 자주 다니는 포항∼경주 쪽보다 지루하지 않아서 싫증이 나지 않는다.

댐을 끼고 도는 도로치고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겠지만 자양댐 주변을 돌아 영천으로 나오는 이 도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드라이브 코스다.

입장료, 주차장이용료는 무료. 관람시간은 오전10시~오후5시. 취사행위는 제한하며 애완동물을 동반할 수 없다. 휴지통이 없기 때문에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한다. 054)262-6110(내연산 수목원관리소).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