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양동작전은 밉지만

입력 2002-07-05 00:00:00

서해교전을 의도적으로 일으킨 북한이 이번에는 평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7·4공동성명 30주년을 맞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남북관계를 대결과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하는가하면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민족 대단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는 '자주권 침해 때는 무자비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서해교전은 남조선 군부 호전계층의 책동으로 남조선 군당국은 이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북한은 이렇게 강경과 온건의 입장이 교차하는 양동작전으로 나오고 있지만 어떻든 이러한 일련의 사태진전은 지난 99년 서해교전 때와는 사뭇 발전된 형태다. 지금은 민간교류는 계속 되고 있지만 그 때는 평양의 문을 닫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이러한 온건의 싹을 살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대결의 장으로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전제가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적어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서해교전이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관계없이 확실한 사실은 북한의 함정이 우리의 고속정을 공격한데서부터 일어난 일이 아닌가. 백보를 양보해서 우발적이었다 해도 북한은 도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도발이 의도적이었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정부나 정책여당도 남북의 관계를 대화의 수준으로 복원하고 싶다면 '우발론'은 물론 남측책임론이니 어부책임론이니 확전 위험론이니 하는 허튼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어부들이 우리의 국토인 북방한계선을 넘지 않았는데 어찌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북한 미사일 위협론도 세밀히 분석해 보면 타당성이 적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용 레이더를 가동한 시간이 사실상 교전이 끝나기 2분전인 10시 48분에야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왜 억지를 부려 국민의 불신만 쌓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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