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바로 세우자(1)-광역의원의 위상

입력 2002-07-04 14:22:00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시간이 넘게 흘렀다. 하지만 주민의 관심은 여전히 적고 의회 또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뒷받침않는 중앙의 탓이 더 크지만 지방에도 문제가 적잖다. 지방자치의 활성을 위해 광역의회의 현 주소, 전문성 제고방안 그리고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11년 전 지방의회가 부활한 초기에 대거 배지를 달았던 각 지역의 대표급 유지들은 지금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자연스런 세대교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당초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지방의원들의 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지방의회는 주민들에 대한 부담만 크고 내실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 광역의원을 지낸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부 광역의원들은 그동안 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에 비해 비리 연루자가 현저히 적다는 것은 그만큼 '내실'이 없다는 방증이 아니냐고 자조적 반문을 할 정도다.

지방자치 정신에 따라 민선 단체장을 견제한다는 명분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와 환경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불모지 수준이다.

광역의회의 기능은 예산 심사와 결산 승인,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 기능, 청원 및 민원처리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분포해 있다. 하지만 실제 의원들이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예산심의 기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와 달리 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독립돼 있지 않아 집행부로부터 진정한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행정 사무감사에서도 집행부의 의지를 꺾고 일을 뒤집는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전국 광역의회 의장협의회 등에서 인사권과 공무원 징계 요구권 그리고 시대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예결위의 상설화 등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한계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뽑아 준 유권자들의 시선 또한 아직도 왜곡적인 게 의정활동의 걸림돌이다. 보통 국회의원 선거구의 절반을 지역구로 하는 광역의원들은 지역에서 유권자들과 항상 호흡을 함께 해야 한다.

각종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욕을 먹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도시보다는 농어촌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자신들이 뽑아놓고 주민 대표로 인정치 않는 분위기도 강하며, 심지어 기초의원보다 지역이 넓으니까 '형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엉뚱한 인식까지 감당해야 한다.

각종 공식행사 때 앞자리를 배정받는 것을 제외하면 처우도 시원치 않다. 현재 광역의원들이 받는 수당은 의정활동비 회의수당, 교통비, 의정운영경비 등 모두 합쳐서 월정액으로 환산하면 2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다.

농협조합 이사 출신의 한 도의원은 "기초의원의 회의 수당이 1일 7만원이고, 조합 이사의 출석료가 1일 15만원에서 20만원인데 비해 도의원은 8만원에 불과하다"며 "속속들이 사정을 말하기가 부끄럽다"고 하소연했다.

4대 도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돌이켜보면 이름만 거창했지 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주민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돈만 깨지고, 족보에 이름 석자 올리는 것 빼고는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다.

시청·도청의 공무원들 역시 광역의원들을 귀찮은 '혹'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걸핏하면 뒷전에서 의원들의 자질 문제, 고압적인 자세를 들먹이며 냉소적이다.

지방의회 출범 10년이 지났지만 그런 인식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의원들 스스로 그런 부정적 인식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도 많다.

실제로 각종 회의 자료와 발언 준비를 가까운 공무원에게 부탁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의원들 스스로 의원직 수행에 대한 자세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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