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이 맺은 월드컵 우정

입력 2002-07-04 00:00:00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했다. 하지만 두 세번 길을 가르쳐 준 것 외에는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그러던중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이 열리던 지난 토요일, 대구 시민회관에서 친구와 함께 오페라를 구경하려고 티켓을 사서 오는 길에 축구 골키퍼복장을 하고 대형지도 앞에서 서성거리던 외국인 1명을 만났다.

그는 '나오노리'라는 일본인으로 3, 4위전을 보려고 1박2일 일정으로 대구에 도착,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길을 찾던 중이었다.

버스타기 쉬운 곳까지 데려다 주려고 차에 태웠다. 서툰 영어로 소개도 하고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나오노리가 자기에게 티켓 2장이 더 있다며 같이 구경하는게 어떠냐고 하는 것이다. 오페라 공연 티켓을 보면서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했는데 평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나오노리의 말에 함께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많이 밀렸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김밥까지 사서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지만 입장권을 구하기 어렵고 값도 비싸 경기장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택극전사들이 터키선수와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경기장을 도는 모습이 너무 감명 깊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노리를 집에 초대했다. 대구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새벽이 넘어서야 집에 왔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밥을 함께 먹고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작은 친절이 낯선 외국인과 친구가 되게 하였고 꿈에 그리던 축구 경기도 볼 수 있었다.

최바울(대구시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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