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발생 사흘째인 1일 국방부와 합참 등 군 당국은 북 경비정의 선제공격 직후 우리 해군의 대처 과정에서 안이한 대응이나 미비점은 없었는지, 보완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종합 검토에 들어갔다.
◇북 경비정 '복귀허용' 논란=지난달 29일 기습공격을 가한 북 경비정 '등산곶 608호'를 마음만 먹으면 격침시킬 수 있었는데 예인된 채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그냥 돌려보낸 까닭은 무엇일까.
북 경비정은 선제사격 직후 우리 고속정 5척과 초계함 2척 등 7척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아 화염에 휩싸여 기동불능 상태에서 북으로 예인되고 있었던 상황인 만큼 격침시키겠다고 판단만 서면 언제든지 가능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10㎞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강력한 76㎜포를 탑재한 초계함 2척이 교전현장에서 유효사거리인 7∼10㎞ 후방에 있었고 격침된 1척을 제외하고 우리 고속정 5척도 대부분 유효사거리 이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군 당국은 국지전 또는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또 지구촌 축제인 한일 월드컵대회가 그 절정에 이른 상황에서 주최국으로서 확전 가능성을 무시하고 강공으로만 대응할 수 없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남신 합참의장은 29일 밤 국방위에서 "격침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렇게되면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는 만큼 한반도가 초토화되는 것을 막아야 겠다는 생각에 북 함정이 넘어왔음에도 사격을 못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보판단 적절성 논란=교전이 벌어지기 이전 북 경비정들의 NLL 침범을 군정보당국이 늘 있어온 '단순 월경'으로 판단한 데 질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6월초만해도 북한 어선 및 경비정의 NLL 침범이 99년 연평해전 이전과 비교하면 80%정도 줄어들었으나 6월11일부터 갑작스럽게 늘어난 배경을 간과했다는 것.
특히 교전 직전인 6월 28일과 29일에는 북 경비정의 '위협기동'이 강화된 점 등을 군 정보당국이 주목하지 않았던 점에서 '예고된' 사태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비록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재작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긴장이 크게 누그러진 남북관계와 월드컵대회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런 식으로 기습공격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결과론적' 비난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금은 군 당국의 정보분석에 '허점'을 비난하기보다는 아주 치밀한 계산아래 불시에 기습을 가한 북한의 '테러행위'를 질타하고 추가도발에 대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한 시점이 아니냐고 군 당국은 항변하고 있다.
◇피격 고속정 '방심'했나=지난달 29일 오전 10시25분께 북 경비정 '등산곶 608호'에서 85㎜, 37㎜, 14.5㎜가 일제히 불을 뿜었고, 500야드 떨어진 거리에서 차단기동하며 평행선에 있던 우리 고속정 357호가 조타실.기관실.후미에 결정타를 맞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설마했다"는 한 고속정 승조원의 말을 빌려 357호에 탄 해군수병들이 '방심'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보면 그런 시각은 너무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문제는 사전에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불시에 선제공격을 가한 북 경비정에 있고, 적이 선제사격하기 전까지 먼저 사격을 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교전규칙에 있는 것이지 고속정 357호 수병들의 '군기'에 있다는 식의 시각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전 규칙=그동안 북 경비정들의 NLL 침범에 대응할 경우 해군이 준거로 삼았던 교전규칙은 지난해 6월 북한상선들의 잇단 영해침범과 이번 북 경비정의 기습도발로 달라진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돼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NLL 침범시 단계적 대응을 명시한 교전규칙과 합참 작전예규에는 '경고방송-시위 및 차단기동(밀어내기)-경고사격-위협사격-격침'의 단계를 명시해 놓고 있다.
29일 북 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했을 때도 우리 고속정은 교전규칙 등에 따라 경고방송에 이어 차단기동을 하다가 북 경비정으로부터 기습타격을 받았다.
북 경비정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한 차단기동을 하기위해 북 경비정에 접근하던 과정에서 우리 고속정의 측면이 불과 450m의 근접거리에서 적에게 노출되는 등 취약점을 보여 주었다.
이 '차단기동' 개념은 남북간에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차영구 국방부정책실장은 "국방부와 합참이 교전규칙 수정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측면노출 등 우리의 취약점을 제외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해 차단기동 개념이 수정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 작전 책임문제=군 당국은 이같은 문제점 등을 포함해 서해교전 상황 전반에 대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종합평가 결과를 토대로 군사작전 및 정보분석 판단, 지휘 및 보고체계의 문제점 등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도 지난 29일 국방위 간담회에서 "관련자의 잘못이 밝혀지면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장관 본인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이남신 합참의장도 "작전결과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교전수칙, 합참예규, 전력운영, 작전지휘 등에 대해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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