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전 국민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한국 축구가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열광적으로 이루어진 붉은 물결의 응원은 건국이래 최대의 국민통합을 보여주었으며 4강 신화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제월드컵축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요구가 상당히 높아져서 16강 진출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응원과정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음 월드컵에서도 높아진 국민적 기대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세계 4강에 걸맞은 축구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과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중·일 동북아 프로축구리그 출범, 국내프로축구의 활성화, 지도자 육성, 월드컵 경기장의 효율적인 활용방안 등을 포함한 중요한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포스트월드컵 대책은 풀뿌리 축구문화의 육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튼튼한 풀뿌리 하부구조의 구축이라는 우선 과제는 비단 월드컵 축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일찍이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였던 쿠베르탱은 100명의 아마추어 선수로부터 1명의 엘리트선수가 배출될 수 있다고 했다.
풀뿌리 축구의 넓은 밑받침 없이 우수한 선수를 배출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그 동안 한국축구가 허약한 하부구조에도 불구하고 오직선수들의 불굴의 의지와 끝없는 투혼만으로 지탱해왔다는 점에서 풀뿌리축구의 육성이라는 과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성과를 두고 이구동성으로 신화 또는 이변이라고 일컫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 10년간 '축구 100년 구상'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장기정책을 통해 100년 후 축구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J리그 출범, 유소년 축구 활성화 등 축구 저변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풀뿌리 축구의 근간이 되는 유소년 축구 현황을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취약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999년 기준 일본과 한국의 유소년 팀은 각각 8천883개와 212개로 약 4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독일의 경우 분데스리가에 36개의 1, 2부 프로축구팀과 전국 2만 1천개가 넘는 아마추어 클럽에등록된 470만 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에도 4만6천150개의 축구 클럽에 160만 명의 회원이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우리 팀에 패했던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럽 팀들은 모두 폭넓은 축구 저변을 가지고있다. 저변이 취약한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축구가 이룩한 성과는 전례 없는 신화임이 분명하다.한국 축구가 4강 신화라는 일회성 성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세계에 유례없는 응원 문화를 창출한 붉은 악마와 열광하는
우리국민의 승리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도 이제 한국축구는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통해 풀뿌리축구를 우선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열의를 생각하면서 풀뿌리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할 것이다.
임수원(경북대 교수·스포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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