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대장 당시상황 증언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남하를 막기 위해 차단기동을 시도했으나 갑자기 포탄이 날아왔고 대응사격을 가했습니다".

29일 서해교전 당시 아군 편대장으로 전투를 직접 지휘한 김찬(36)소령은 숨막혔던 교전상황을 설명했다.

김 소령은 이날 오전 6시께 357, 358호 고속정 편대를 이끌고 연평도 일대 꽃게잡이 어선 보호를 위해 해군 기지를 출항했다.

그러나 이날 10시25분께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측 해역으로 계속해서 남하하자 김 소령은 교전수칙에 따라 편대에 전투준비명령을 내렸다.

이어 북측 경비정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북측 경비정 앞으로 우리 고속정을 횡으로 운항하는 차단기동을 시작했다.

자신이 타고 있던 358호가 앞서 북한 경비정 전방 900여ｍ 앞을 가로 질러 가며 경고방송을 했고 이어 357호가 300ｍ 간격을 유지한 채 뒤따라왔다.

이때 갑자기 북측 경비정에서 357호에 함포 선제공격을 가했다.북측 경비정이 남하하는 순간 아군측도 각종 포를 북측 경비정에 조준해놓은 상태였지만 북측의 선제 공격은 아군측에 큰 피해를 주고 말았다.

특히 북측의 공격에 조타실과 기관실 등이 포격 당하는 바람에 고속정은 전자기능과 기동력을 상실해 피해가 더욱 컸다.

"북한군 경비정이 아군 고속정으로 포신을 겨누고 남하해 우리도 언제든지 대응사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357호에 모든 화력을 집중해 선제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북한군은 남하하는 순간부터 작정을 하고 내려온 것 같습니다"라고 김소령은 말했다.

이어 아군측과 북측 경비정과의 치열한 교전이 시작됐다.357호 장병들은 갑작스런 피격으로 배가 화염에 휩싸였지만 장전한 포를 모두 발사하는 등 계속해서 응전을 벌였다.

앞서 가던 358호 역시 각종 포탄을 북측 경비정에 쏟아붓고 선회한 뒤 재차 공격하기를 3, 4차례.

이날 358호 고속정에서 발사한 40㎜, 20㎜ 포탄은 모두 1천500여발로 보유하고 있던 모든 포탄을 소진했고 357호도 장전하고 있던 모든 포탄을 쏟아부었다.

"발사한 포탄의 40%이상이 적함에 명중됐습니다. 전투 당시 적함 외부에 20여명이 있었으나 교전이 끝난 뒤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화염에 휩싸인 채 북측으로 퇴각했습니다. 적도 큰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김 소령은 교전이 끝난 뒤 피격된 357호를 구조하기 위해 배에 올라탔으나 이미 윤영하(29) 대위 등 대원 4명은 숨져 있었고 배는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고속정은 불타고 시신과 부상자는 갚판 위에 나뒹굴어져 있었으며 유혈이 낭자했습니다. 배는 구멍이나 침수되고 있는 등 처참함 상황이었습니다".

김 소령은 "정장이 숨지는 등 지휘체계가 마비된 상태에서도 각기 제 임무를 다한 부대원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며 "전사한 장병들을 가슴에 묻고 다시 전투준비를 하겠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