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언젠가 한번은 떠나야 하는 게 우리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기에 우리는 이별의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사랑하던 제자가 불의의 사고로 나보다 먼저 떠나 버린 후 떠남의 실제 여행을 경험하였다.나는 비교적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부부 동반 여행과는 달리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은 마음을 더욱 더 차분하게 한다. 떠나는 내 모습이 보기 싫은지 남편은 비행장까지만 차를 태워 주고 훌쩍 떠나버렸다. 남남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산지 어언 26년, 결혼기념일도 서로 잊어버릴 만큼 바쁘게 나날을 보냈다. 별로 잘 해 준 것 없는 우리의 아이들은 장성하여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여행 때 갖는, 일상에서 벗어나 누리는 나 혼자만의 자유가 너무나 좋다. 특히 미지의 세계를 개척할 때면,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을 만날 때면 너무나 행복하다. 새로운 지식으로 내 몸과 마음이 충만할 때는 한 없는 희열감을 느낀다.
긴 여행을 떠날 때면 이 순간이 모든 정든 사람과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짜릿함과 슬픔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더 분주해 진다. 떠난 후 남아 있는 내 자리를 누가 볼 세라, 집도 청소하고, 방도 정리하고, 통장 정리도 하고, 평소에 게을리 하던 냉장고 정리, 빨래와 남편 옷도 다리미로 깨끗이 다려 놓았다. 부모님도 만나 뵙고 성당에 가서 미사도 드렸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나는 왜 이 자리에 존재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떤 엄마이며 어떤 아내인가? 어떤 스승인가? 어떤 친구인가? 내 나이 50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인생을 정리해야 될 시기인가?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인가? 조금 더 살고 애들이 가정 이루어 행복한 모습을 보고 떠나면 좋은 텐데….
내가 하던 일은 훌륭한 제자들에게 맡기면 걱정할 게 없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더욱 풍성해진 삶을 느낄 수 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새 사람으로서 또 한번 남은 인생을 도전해 보게 된다. 나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영원한 이별을 위한 예행 연습으로. 과거는 역사이고 미래는 미스터리임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상숙(계명대의대교수.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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