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연내 전면 개방 검토는 아직 이르며, 신중을 요구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국제화 시대에 마냥 빗장을 걸어놓고 있을 수는 없고, 월드컵의 성공적 공동 개최로 양국 간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 정서와 국내 문화산업에 미칠 폐해가 우려될 뿐 아니라 역사 왜곡 교과서 시정 거부 등 과거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드라마들이 무방비 상태로 안방극장에서 방영될 경우 성(性)을 매개로 한 저질 문화가 급속히 확산돼 청소년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은 사후심의제여서 외국 방송 프로그램 수입 때는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할 것이다.
'18세 미만 관람 불가' 성인영화나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수입 심의 절차를 통해 어느 정도 통제는 가능하지만, 국내 업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부는 1998년부터 3차에 걸쳐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일본이 역사교과서 왜곡 내용 수정을 거부해 추가 개방을 중단했었다.
이 문제는 물론 신사 참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 전몰자 위령시설 설치 등 양국간 7대 현안들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30일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방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정부의 방침을 알릴 것으로 전해지지만, 뿌리 깊고 언제나 덧날 수 있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뚜렷한 매듭 없이 빗장만 푼다면 우리는 결국 그 지렛대마저 잃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국내 문화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이 크고, 특히 일본 대중문화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으므로 저질과 퇴폐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걸러내느냐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우리의 문화산업계는 그 폐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수입 규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공세적인 자세로 국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방향에서 신중하게 빗장을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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