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외신기자 평가

입력 2002-06-26 15:18:00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취재한 외국 기자들은 한결같이 경기 진행은 물론 숙박, 교통, 통신 등 대회 준비에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유럽 강호들의 초반 탈락 등으로 흥미로운 대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20개 경기장을 오간데 대한 불편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논란이 된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공정했다'거나 '문제가 있다 해도 수용할 만한 수준'이라는 의견이었으나 일부 기자들은 '심각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 4강 이변 아니다"

▲장 피에르 갈루아(프랑스 AFP통신)=대회 막판 불거지고 있는 심판 판정 문제는 '오래된 스포츠의 전통'과도 같은 것이다. 진 팀은 이긴 팀에 대해 늘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이변의 세 팀인 한국과 터키, 세네갈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한국의 4강 진출도 결코 놀랄 만한 이변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단지 많은 기자나 평론가들이 프랑스나 아르헨티나는 당연히 올라가고 한국과 세네갈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프랑스의 탈락은 자만이 부른 결과였다. 프랑스 선수들은 유럽에서의 리그 때문에 피로도가 누적돼 있었지만 자만심으로 실수를 거듭한 결과 참담한 성적으로 귀국행을 자초하고 말았다.

◈붉은 악마 열띤 응원 장관

▲앤드루 워드(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교통, 안전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데 없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외국팀들을 위해 한국인 서포터스가 조직된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붉은 악마의 열띤 응원은 장관이었다.

전체적인 월드컵 열기에서 한국이 공동개최국 일본을 능가했다. 하지만 한국이 인터넷 강국임에도 경기장 미디어센터에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설비가 너무 부족했다한국과 일본에 똑같은 입장권 가격을 적용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물가차이를 감안해 한국에서는 좀더 싸게 팔았어야 했다.

◈한일 이동시간 길어 불편

▲호세 디에고(스페인 EFE통신)= 86멕시코월드컵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모두 5차례 월드컵을 취재했는데 대회 운영이나 준비상황, 취재환경 면에서는 이번이 가장 완벽한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흠이라면 대회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열리고 경기장이 10곳씩 모두 20곳이나 되는 바람에 동선과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점이다. 또 서울시내에서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으로 당황하기도 했다.

대회 운영은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심판판정엔 다소 문제가 있었다. 스페인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두번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때문에 날려버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홈팀의 이점이라고 생각하고 그것 역시 스포츠의 한부분이라는 점을 수용한다

◈"80년대 이후 오심 최다"

▲다비드 하인(독일 dpa통신)=한국과 터키가 4강에 든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세계 축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94년 대회를 계기로 미국에 축구 바람이 분 것처럼 한국에도 축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등 우승 후보들이 조별리그에서 떨어지면서 프로리그 일정을 핑계로 들었지만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4강에 오른 독일과 터키를 비롯해 이탈리아, 잉글랜드도 그들 못지 않게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다만 심판 판정은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취재 경험이 많은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80년대 이후 열린 대회 중에서는 가장 오심이 많은 대회라고들 한다.

경기에 오심이 있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왔으면 최고의 심판들도 데려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회가 끝난 뒤 FIFA가 심판 운영에 대한 수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정·업무효율 한국 앞서

▲요르크 뤼셔(스위스 MSC스포츠미디어)=한국 서포터스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부럽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월드컵 이후에 그들이 공황 상태에라도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었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전설'을 계속 이어가려면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한국과 일본을 비교해본다면 사람들의 경우 일본이 조금 더 따뜻했지만 월드컵을 치러내는 열정이나 업무의 효율성 등은 한국이 훨씬 앞섰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기자로서 취재할 때는 한국이 훨씬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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