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행사 가운데 붉은 악마를 필두로 한 전국민적인 응원만큼 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없을 듯하다.
물론 우리 선수들의 멋진 경기가 먼저 거론되어야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선전조차 붉은 악마가 주도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지만, 붉은 악마의 응원은 비록 선수는 아니더라도 응원을 통해 얼마든지 주체가 되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 좋은 사례다.
동호회로 출발한 붉은 악마의 이런 순수한 열정은 대중들의 내적 요구에 의한 자생적인 축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여기에 많은 이들이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가세하여 그야말로 전국민적인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전국민적 응원의 한복판에 우리의 전통민요 아리랑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는 것 또한 특기할 만한 일이다.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 단조 리듬에 실린 한의 노래로 인식되어 온 아리랑이 씩씩한 응원의 노래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아주 놀랄 만한 일이다.
비록 한 대중가수의 노래로부터 시작되었다고는 해도, 그 노래가 단시간 내에 전국민적인 응원가로 화한 것은 이미 우리 내부에 그런 의식의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전국적으로 숱한 아리랑의 판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아리랑 노래들은 그것들이 민요라는 점에서 놀랄 만한 자기갱신력을 지니고 있다. 무수한 가사 바꿔부르기가 가능하며 새로운 변용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 의해서든 가능한 것이 바로 아리랑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는 또하나의 아리랑 노래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그것도 이전의 노래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아주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아리랑 말이다.
이 아리랑 노래의 파천황적인 조(調)바꿈은 물론 많은 젊은이들의 진취적인 기상을 표상하는 것일 테지만, 더 나아가 우리 온 국민이 이제는 회한의 정조에 함몰되지 않을 만큼 삶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분명한 증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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