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열정 그리고 사랑

입력 2002-06-25 14:07:00

6.25가 어언 53돌이 되었다.정말 올해는 특별한 기분으로 맞는다.2002년 6월 25일 오늘은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루어낸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독일을 상대로 결승진출을 다투는 날이 되었다.

신명이 나서 뭉치기만 하면 도대체 그 능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도 궁금한 우리네 신바람이 여기까지 이르게 하였다.

평생에 이런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새삼 한국민 임이 자랑스러워지는 요즈음이다. 헌데, 정말 중요한 순간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다.

4강전의 승패를 넘어서 겸손하게 월드컵 이후를 준비해야하고 어떠한 결과에도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 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특히 이 영광을 이끌어낸 우리의 '태극전사'들과 가공할 응원으로 세계인의 볼거리가 된 '붉은 꿈'과 거리응원단 같은 젊은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에게서 이 나라 미래에 대한 가슴 벅찬 희망을 느낀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점점 개인주의화, 파편화 되어 가는 것으로만 우려되던 젊은 세대에게서 이렇게나 엄청난 '열정'으로 모두 하나됨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았기에 우리는 더욱 힘이 솟는다.

젊은이들이여! 부디 월드컵이 끝나고 난 후에도 그 에너지를 잃지 않기를 !'은근'과 '끈기'의 우리민족이 고속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언제부턴가 '빠름'과 '새로움'에 점점 익숙해져 가게 되었고, 마침내는 냄비근성이란 뼈아픈 지적까지 받은 적이 있기에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다.

지난번 남북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유난히 많은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정귀업' 할머니가 생각난다.

열아홉에 결혼하여 4년간의 짧은 신혼살림 뒤 대학 간다며 서울로 떠난 남편과 전쟁으로 헤어지고 생사도 모른 채 52년 동안이나 시부모를 모시고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려 끝내 만남의 꿈을 이루고 만 할머니의 순애보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할머니가 보여준 그런 은근과 끈기와 사랑에다, 뭉쳐 하나됨으로 기적을 이루어낸 젊은 세대의 열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코리아의 멋진 정신문화가 월드컵이 끝나고도 내내 세계인의 귀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영은(대신대 교수, 대구음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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