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리 위해 명분 너무 버렸다

입력 2002-06-24 00:00:00

우리나라와 중국간 외교적 마찰의 대상이 되었던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캐나다 대사관 등 외교공관에 진입했던 탈북자 26명에 대한 한.중간 외교적 합의는 실리를 위해 외교적 원칙을 너무 포기한 것이 아니냐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중국은 외국 공관이 탈북자들의 제3국 행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이번 한.중간 외교적 합의에 따른 한국행 결정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 할만하다.

또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합의는 강제북송의 포기로도 볼 수 있어 외교적 성과인 것 같다. 그리고 한국공관에 들어간 탈북자는 제3국행이 안 된다는 소위 '한국공관 예외론'이나 그동안 중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오던 탈북자 신병인도 요청도 사실상 없었던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실리의 뒷면에는 명분에서 우리외교는 잃은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 사건의 핵심은 중국 공안원이 우리 공관에 들어와 탈북자를 연행해 간 주권침해에 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중국은 '공관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정도로 그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도 유감을 표명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측의 주권침해이며 외교관 폭행사건이라던 당초의 주장을 접고 사실상 '중국측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아무리 한.중간의 외교적 현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너무 저자세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합의문을 보면 상호모순 되는 점도 발견된다. 4항에는 탈북자의 제3국행이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으나 제3항에서는 외국공관이 제3국행의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두고두고 말썽의 소지가 될 부분이다. 이 수준으로 안된다. 앞으로 탈북자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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