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물국회' 더이상 안된다

입력 2002-06-22 14:22:00

16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지 23일이나 되지만 국회는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등 원(院) 구성도 못한채 식물국회로 표류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가 겉돌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서로 '자기 몫'이라 주장,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월드컵같은 대형 행사기간 중에 수장(首長) 선출도 못한채 세비나 축내며 식물화한 국회 모습에 분노하며 한편으론 허탈케 된다.

국회법 제15조는 전반기 임기만료 5일전까지 국회의장단을 선출토록 돼있다. 그럼에도 사태가 이렇게 꼬인 것은 한나라당이 "의장자리는 원내 제1당인 우리 몫"이라고 나서자 민주당이 "여당은 아니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정책 여당의 몫"이라고 맞서면서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나라, 민주 양당이 이처럼 국회의장자리를 두고 국민 눈총도 아랑곳없이 티격태격하는 것은 국회의장 자리에 자당(自黨) 사람을 앉혀 놓으면 연말 대선전에서 유리하다는 시각때문이라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자제한법안, 소싸움 활성화법안 등 시급한 민생법안을 23건씩이나 산적해 놓고 한 달 가까이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지난 2월 개정된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당적을 이탈, 중립의 지위를 지킬 수밖에 없기때문에 대선 프리미엄을 기대할 처지도 못된다. 그런만큼 양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내세워 끝없는 소모전을 벌일게 아니라 아예 크로스보팅(자유투표제)으로 의장을 선출하는것이 어떨까.

한나라, 민주 양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 각자가 한 사람씩 기명 투표해서 의장을 선출하는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 나라는 지금 월드컵의 폭발적 열기에 휩싸여 있다.

정치는 이러한 에너지를 결집시켜 더 좋은 사회,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한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세비나 축내고 허송 세월해서야 되겠는가. 다시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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