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탐욕 부르는 금단의 열매

입력 2002-06-21 14:24:00

"세상이 달콤해질수록 인생은 우울해진다".단 것을 많이 먹으면 끽해야 충치정도쯤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슈거블루스'(윌리엄 더프티 지음, 북라인)는 충격적이다.

'슈거 블루스(sugar blues)'는 일단 설탕의 과다한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정신적 질환. 책은 심지어 설탕이십자군전쟁에서 제국들의 신대륙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역사에서 탐욕과 약탈의 동인(動因)이었다고 고발한다.

뉴욕 포스트지의 수석기자로 필명을 날린 저자 윌리엄 더프티가 1975년에 처음 펴낸 이 책은 기자정신으로 파헤친설탕의 해악에 대한 흥미진진한 인문학적 보고서다.

"설탕은 독이요, 아편보다 더 해로우며, 방사성 낙진보다도 더 위험하다". 설탕에 빠졌던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우울했었는지, 또 어떻게 이 '금단의 열매'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저자는 경험담을 통해 말머리를 연다.

빵, 크림 케익, 초콜릿, 펩시콜라 등 15년간 온갖 설탕 첨가물들을 먹어대며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려 온 저자는어느날 설탕을 끊는다. 그로부터 약 3일간 마약 중단때와 같은 엄청난 편두통과 메스꺼움 같은 금단현상을 겪은 뒤피부가 깨끗해지고 퉁퉁 부은 살의 부기가 빠졌다.

설탕의 해악에 관한 의학적 해설도 보탠다. 설탕을 매일 먹으면 과다한 산성상태가 되고, 산-염기의 평형을맞추려면 뼈와 치아의 칼슘을 꺼내 써야한다. 과다한 당은 간을 붓게하고, 배 엉덩이 유방 허벅지에 지방산을 축적시킨다. 또 늘 졸립고, 기억력이 나빠지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설탕은 타락과 탐욕의 열매다. 용맹한 이슬람 제국의 전사들은 사탕수수에 맛을 들이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십자군 전쟁때 전해진 설탕의 상업적 가치는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게 했다.

15세기 설탕에 혈안이 된 제국들은 새로운 사탕수수밭을 발견하는 대신 아프리카 흑인들을 잡아들였고, 이것이 노예무역의 시작이었다. 미국은 독립전에 이미 쿠바의 울창한 삼림을 사탕수수밭으로 마구 개발했다.

설탕독점을 위한 전쟁과 식민지에 대한 착취, 이는 아편의 역사와 닮았다. 설탕이 벌어다주는 엄청난 부에 맛을 들인 '질병으로 잇속을 채우려는 무리들'은 설탕이 정신질환으로, 당뇨병으로, 괴혈병으로서구사회를 피폐화 할때까지 왜곡된 설탕광고를 퍼부었다.

저자는 설탕과 육류를 동시에 멀리하는 것이야말로 '설탕끊기'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의 몸은 남성적이고 양(陽)의 속성을 가진 육류를 먹으면 반대 성질의 것, 매우 달콤하고 여성적이며 음(陰)적인 설탕을 원한다는 것. 때문에 생선과 닭고기를 권한다.

'슈거 블루스'는 '우리세대 제1의 살인음식'인 설탕의 정체를 폭로한 불온서적이다. 건강하고 설탕없는 식사가 어떻게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반면 서구 정치.의학.과학이 어떤식으로 설탕의 해악을 왜곡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1만1천원.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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