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좋은 그림이란 어떤 것일까?' 무척 난해한 질문이다. 그냥 자기가 보고 좋으면 그만일까? 시대적 추세에 따라 현대미술을 좇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전문가의 평가에 묵묵히 따라가야 할까?
동.서양화 문인화 고서화 등 뿌리가 다른 그림들이 횡행하는데다 개인정서, 생활환경에 따라 안목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초보자들이 그림에 대한 초점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어설픈 조언에 기대기보다는 끊임없이 그림을 보고 공부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우리 그림 백가지'(현암사 펴냄)는 초보자들이 그림공부를 하기에 괜찮은 책이다. 저자 박영대는 본업(한국화가)에 열중하는 틈틈이 좋은 그림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그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그림을 대상으로 백점의 그림을골라내고, 설명을 붙였다.
학자의 평가가 끝난 작품이 대부분 실려있지만, 저자의 개인적 취향이 깊이 배어있는 작품들도 꽤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인의 옷과 중국의 산천, 심지어 중국인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경향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표현하기 시작한 시기를 조선중기 이후로 믿고 있기에 그 당시 작품을 중심으로 실었다.
▲정선의 '박연폭(朴淵瀑)'=장쾌한 물길을 독특한 시각으로 뽑아낸 18세기 걸작이다. 부드러운 물과 오른쪽의 검고 단단한 암벽을 대비시켜 역동적인 화면을 구성했으며, 물이 닿는 절벽은 담묵으로 처리해 깊이를 주고 왼쪽의 벼랑을 잘라 대칭적 구도의 단순함을 피했다. 까마득히 올려다보는 시선과 내려다 보는 시선을 뒤섞어 놓아 실감나는 화면을 만든 것도 백미. 박연폭포는 개성 북쪽 천마산 기슭에 있는 명승지다.
▲강세황의 '영통동구(靈通洞九)'=18세기 중엽 작품이지만 마치 요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면은 맑고 발랄하면서도 차분하고 정적인 이중적 효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 기법을 탈피, 실경(實景)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감상포인트. 바위에 대한 입체적인 시도도 돋보인다. 바위위쪽은 과감하게 녹색을 썼고, 아래쪽은 진한 수묵이 위로 올라오면서 옅게 칠했다.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강세황이 1745년 송도 북쪽 명승을 돌면서 현장에서 그린 16점을 모아놓은 '송도기행첩'에 실려있다.
▲신윤복의 '소년전홍(少年剪紅)'='소년이 붉은 꽃을 겪다…'. 조선시대 최고 풍속화가다운 작품이다. 늦봄 꽃이만발한 대가집 후원에서 도련님이 반반한 비녀를 꼬드기는 장면인데, 담뱃대를 들고 있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여인의 팔을낚아채느라 양발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여인도 엉덩이를 빼고 있지만 내심 그다지 싫지 않은 듯 머리를 매만지는 장면도 감상자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월야밀회' '월하정인' '주유청강' 등 그의 다른 작품보다 훨씬 은유적이고 해학적이다. 화제(畵題)도 상당히 노골적이다. (密葉濃堆錄 繁枝碎剪紅-빽빽한 잎새에 푸르름이 짙으니/무성한 가지는 붉은 꽃송이를 뿌리며 떨구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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