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 흔든 승리의 함성

입력 2002-06-19 00:00:00

"들리는가, 지축을 뒤흔드는 이 뜨거운 승리의 함성"."보이는가, 해일같은 태극깃발의 물결".

18일 밤 태극전사들이 숨막히는 연장 접전 끝에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는 순간 대구시내 곳곳에서 한국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던 길거리 응원단은 일제히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후반 종료 직전 설기현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이 역전골을 터트리자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길거리 응원단의 거대한 함성이 온 도시를 삼켰고 '붉은 바다' 여기저기서 태극기가 용솟음쳤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 대 이탈리아전이 열린 18일 대구 길거리 응원단 규모는 사상 최대인 20여만명.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 5만여명이 몰려든 것을 비롯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4만여명, 시민운동장 야구장과 전시컨벤션센터에 각각 1만~1만 5천명이 운집했다

또 경북대와 영남대, 대구대 등 지역 대학 캠퍼스와 동구청 광장, 달성군 명곡 아파트단지, MBC 광장 등에도 5천~1만명씩의 학생과 시민이 단체 응원전을 펼쳤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8일 아침부터 대구시내 주요 응원장 주변으로 몰려든 시민들은 경기내내 열화같은 성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를 지켜본 외국인들은 '원더풀 코리아'를 연발했다.

머리를 축구공 모양으로 염색한 채 오전 7시부터 두류공원에서 기다렸다는 이승재(23)씨는 "페널티킥을 실축한 안정환 선수에게 '괜찮아, 괜찮아'라며 격려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게 이처럼 기뻤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채보상공원에서 한국팀을 응원한 이현주(30·여)씨도 "모두 한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한 시민들이 자랑스럽다"며 끓어오르는 감동을 누르지 못한 듯 감격의 눈시울을 적시며 1천여명과 서로 어깨를 얼싸안고 강강술래를 돌았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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