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좀 뜻밖이다. 허름한 승복에 바랑을 메고 산모퉁이 길을 행운유수로 걸어가는 스님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출가 수행자와 자전거와의 이같은 부조화 통념을 깨고 사는 스님이 있다. 10년째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여오고 있는대구 원각사 주지 야허(也虛·사진) 스님. 그는 자전거야말로 현대사회의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임을 강조한다.
무공해에다 주차공간이 필요없고 건강에도 좋으니 이것이 곧 '불교적'이라는 얘기. 대구보현신협 부이사장이기도 한 스님은 가까운 거리는 반드시 자전거를 이용한다. 원각사가 있는 남부정류장 부근에서 반월당 신협까지도 전용도로만 정비되면 30분 거리에 불과하다며 행정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스님의 자전거와의 인연은 1994년 낙동강 폐놀사건이 일어나고 당시 환경운동을 위한 대구종교인평화회의의대표를 맡으면서 비롯됐다. 대중의 참여가 쉬운 자전거 타기에 눈을 돌리면서 시내 주요 장소의 자전거 거치대 설치와 전용도로 개설을 요구하며 외로운 '자전거 타기 운동'을 펼쳐왔다.
"학생들 자전거 타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아요. 그런데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무슨 하인 보듯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올 가을쯤 대구시민과 불자들이 참여하는 '동화사까지 자전거 타고 가기'행사를 환경 캠페인과 겸해서 열고 싶다는 스님은 명함 한장을 건네면서 뒷면부터 가리킨다. 거기엔 '자전거를 탑시다'란 글귀가 짙은 고딕체로 적혀있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