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정국-(4)자민련·3세력 진로

입력 2002-06-18 00:00:00

6·13지방선거 참패후 자택에서 칩거하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나흘만인 17일 당사로 출근했다.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자 "몰락이라는 말 좀 쓰지 말라. 지방장관 두 사람 떨어졌다고 자민련이 무너질 줄 아느냐. 2년 뒤 두고봐라"고 말했다.

김 총재가 자민련의 재기 의욕을 강하게 피력했지만 김총재와 자민련은 지지기반이었던 충청권에서 충남만 건졌을 뿐 대전과 충북은 한나라당에 빼앗겼다.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석권과 민주당 참패, 자민련 몰락이다.이날 김 총재는 당사에 나와 사무처 직원들과 오찬을 한데 이어 저녁에는 소속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당의 결속을 다지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소속의원 14명 가운데 외유중인 송광호 의원을 제외한 13명이 참석,외견상으로는 자민련 의원들이 JP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민련의 와해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이완구 정진석 의원 등 상당수 자민련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당을 떠난지 오래다. 그런데도 김 총재가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득표율에서 민주노동당보다도낮은 제4당으로 떨어졌는데도 애써 이를 외면하고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JP의 몰락은 그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장해 온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과 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정몽준의원등과의 이른바 '4자연대'의 성사도 가로막고 있다.

사실 자민련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하고 있을 때 김 총재는 전국을 돌면서'내각제실현'을 주장했다. 문제는 자민련이 대선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대선참여에 대해 김 총재는 "내각제를 구현할 마땅한 후보가 없으면 내가 나선다"는 말로 대신해왔지만 당내에서조차 김 총재가 출마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한편 민주당이 지방선거이후 내분을 겪으면서 미래연합 박 대표와 무소속 정몽준의원의 거취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박 대표와 정 의원은 연말 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계속하면서 민주당과 자민련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과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 등의 연대 움직임은 정계개편과 맞물려 있다.

월드컵도 변수로 등장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서 월드컵 열기가 고조,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고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지방선거후 실시된 일부 언론사의여론조사에서는 정 의원의 경쟁력이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같은 지지율의 상승이 월드컵 이후 어떻게 변화될 지 예측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정 의원측에서 독자 출마 의지를 굳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민주당 일각에서 8·8 재보선 이후 이들을 영입, 후보 재경선을 하겠다는움직임도 새로운 변수다.

그래서 이들이 제3세력으로서 대선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후보 재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지방선거에서 홀로서기에 실패한 미래연합 박 대표는 대선출마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8·8 재보선 이후 정치권의 일부 세력을 포용하면서 정 의원과 이 전 고문과 힘을 합쳐 3자연대를 형성할 경우 국민들의 새로운 기대치를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에 참여한다면 대선가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간의 이해관계가일치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들이 확고한 연대의 깃발로 대선에 참여하게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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