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PK의 묘미

입력 2002-06-17 14:46:00

16일 스페인과 아일랜드간 경기는 2002 한일월드컵대회 첫 승부차기였다. 양팀이 5명씩 키커로 나섰지만 스페인의 마지막 키커 가이스카 멘디에타가 나설 때까지도 승부는 안개속.

그만큼 볼을 차는 선수들의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아일랜드의 페널티킥 실축과 페널티킥 동점골이 터져 새삼스럽게 승부차기와 페널티킥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골대 정면 11m 앞에서 차는 페널티킥은 과학적으로는 성공 확률이 100%다.각 팀의 승부차기에 나서는 선수라면 볼의 속도는 보통 시속 120~150㎞. 120㎞라면 볼이 골대에 이르는 시간은 0.33초에 불과하다.

반면 골키퍼의 반응시간은 0.25~0.35초로 여기에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까지 합치면 볼을 정면으로 차지 않는 한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아일랜드는 페널티킥 1개를 실축한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무려 3명이 성공시키지 못했다. 승부차기 실패는 스페인도 2명이나 됐다.

페널티킥 실패는 키커가 골키퍼와의 기싸움에서 졌다는 뜻이다.골키퍼는 대개 한쪽을 포기하고 한쪽만 막는 '도박'을 감행한다. 골대의 폭이 7.3m인데 절반을 포기하면 3m 가량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기 때문.

키커들은 킥을 하기전 목표 지점을 정하게 되는데 '막히지 않을까'하는 부담감에서 키커는 너무 바깥쪽으로 차 골대를 벗어나거나 정직하게 골키퍼에게 안기는 어처구니없는 킥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부차기에서 승리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은 없을까. 스포츠사이언스저널(JSS)은 최근 골키퍼를 과학적으로 훈련시키고 키커 순서를 잘 배치하면 페널티킥의 승리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대학의 마크 윌리엄스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윌리엄스 박사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골키퍼들과 아마추어 동호인 골키퍼들에게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 아인트호벤' 선수들의 페널티킥 장면을 보여주면서 컴퓨터로 공의 방향과 자신이 움직일 곳을 표시하도록 했다.

이 결과 키커의 눈과 다리에 초점을 맞춘 프로 선수들은 전체의 3분의1 이상을 막아냈으나 키커의 몸과 다리, 팔 등으로 시선이 분산된 아마추어는 4분의1밖에 막지 못했다.

연구팀은 "골키퍼들은 키커가 볼을 차기 직전 공을 차는 발의 각도나 디딤 발위치 등으로 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고 이는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5명이 차는 승부차기에서 한골 한골의 중요성이 커지는 뒷부분에 최고의 키커를 배치하는 것이 승부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했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