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지방자치와 정당

입력 2002-06-15 15:02:00

"이번 선거를 보면 취약한 지방자치제에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울 '당(黨)이란 이름의 신호등'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지방선거 개표결과를 지켜 본 경북도청 직원 사이에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비록 간부들은 14일 오후 이의근 경북 도지사가 광역단체장 중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돼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는 것을 축하하며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말이다.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도청에 흐르는 우려의 목소리는 2가지로 나눠졌다.

첫째는 이번처럼 한나라당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둬 지방자치의 정착을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당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정치권에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해 지자체에 음양으로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은데다 공천권을 행사한 지구당 위원장의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

우리나라처럼 정당정치가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당 위원장들이 이번 선거처럼 한나라당 깃발로 당선된 후보들을 그냥 놔둘 리 만무하고 그럴 경우 공무원의 선거개입이라는 악몽이 되살아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이 지자체 선거에서 힘을 발휘한 만큼 후보들에게 이런저런 압력을 행사할 것이고 당선 후보는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이리 저리 휘둘리지 않을 수 없을 것 아니겠는가"라며 경계했다. "이는 곧바로 지자체의 위기로 연결될 것"이라 진단했다.

이와 함께 사회 각계의 개혁.혁신 노력에도 불구,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현상 유지적 시정 운용이 여전할 것이란 점이 두번째 걱정거리다.한나라당 옷을 입고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만큼 행정 쇄신이나 행정 개혁 추진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지사도 널리 알려지다시피 개혁.혁신 성향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이 지사의 3기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무난한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달중 정무부지사가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간부인사가 이어질 예정인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전처럼'그렇고 그런 인사'가 이뤄질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지사의 민선 2기동안 도대체 이뤄진 개혁이 무엇이냐"고 안타까움을 내뱉던 한 직원의 말이 귀를 때린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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