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최근 일고 있는 반미감정

입력 2002-06-14 15:58:00

며칠 전 월드컵 한.미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은 안정환 선수가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의 골 세리머니를 태극전사와 함께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그것은 지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경기에서의 '오노 판정'과 미국에 대한 항의이자 복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동경기에서일어난 편파판정이 스포츠를 넘어,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반미감정으로 연결되고,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일까. 한국인의 반미감정의 폭발에 대해외국언론은 '한국에서 살얼음 판 위에 있는 미국'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이다.

그간의 전통적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인에게서 반미감정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은 과거 미국에대한 인식에 비추면 전향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미국에 대한 비판이 이적행위로 간주되었던 시대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그러한 반미감정의 발생계기를 부시 미대통령의 '악의 축', '깡패 국가' 발언에서 찾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발언의 이면에는 한국정부의햇볕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 곧 한미의 대북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뒤에도 반미감정은 한국 공군의FX사업, 디지털 방식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반미감정의 밑바닥에는 한미 양국의 관계가 오랫동안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반미감정은 한.미간의 대북인식 및 관계, 경제적 이해관계 등에서 합리적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반미감정은 한국인들의 의식에 점차 내면화되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 자주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반미감정의 해소는 기존의 한.미관계의 틀에 대한 제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 관계여야 할 것이다.

김일수(영남대 강사.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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