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2002-06-14 00:00:00

한국이 포르투갈의 벽을 넘어 16강 진출에 성공할 것인가. 오늘 그 여부를 가르게 될 한국·포르투갈전이 열리는 시각에는 전국 162곳에서 15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거리 응원전이 펼져질 것으로 예상돼 월드컵 거리 응원 사상 최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열리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선 '붉은 악마' 3천300여명도 열띤 응원전을 벌일 모양이다. 모든 국민의 이 같은 열망이 말해주듯이 오늘은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길이 기록될 정도로 중요한 날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오늘 이기거나 비기면 16강에 진출하지만 지면 어렵게 된다. 미국이 폴란드에 이기거나 비기면 탈락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도 질 경우 포르투갈이 2승1패로 1위가 되고, 한국과 미국이 골득실·다득점을 따져 조 2위가 결정되므로 한국이 한 점 앞서 있어 미국과 같은 점수 차로만 지게 되면 2위가 돼 가까스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비기거나 이겨야 안심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사슴을 '신의 사자'나 '신의 의지를 지닌 존재'로 이해했다. 신라 왕의 관모가 사슴뿔 형태이며, '삼국사기'에도 사슴은 기원의 대상으로 묘사됐다. 특히 흰사슴은 그 중에서도 길조(吉兆)의 백미로 여겨졌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다른 나라인 '비류'와 전쟁할 때, 길에서 만난 흰사슴에게 그 도읍에 비를 내리게 하라고 윽박질러 흰사슴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하늘까지 울려 천제가 일주일간 비를 내리게 되자 비류왕이 항복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온 국민이 갈망하는 가운데 그 기로가 될 오늘 포르투갈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강원 평창의 한 사슴농장에서 흰사슴 2마리가 잇따라 태어나 화제다. 사람들은 월드컵과 지방선거라는 대사를 맞아 나라 발전과 우리 축구팀 16강 진입의 징조라며 반기고 있다 한다. 객관적 전력에서 포르투갈이 우리보다는 한 수 위라고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고, 선수들의 의욕도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행운을 비는 마음을 어디에다 비기랴.

▲공교롭게도 한국팀은 오늘 포르투갈전에서 주 유니폼인 붉은색 상의와 파란색 하의 대신 보조 유니폼인 흰색 상의와 붉은색 하의를 입게 됐다. 폴란드전과 미국전에서는 홈팀으로 주 유니폼을 입었지만,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우리가 원정팀이 되므로 순환 착용 규정에 따라 홈팀인 포르투갈이 자주색 상의와 초록색 하의를 입게 됐기 때문이다. 한 역술인도 이번 경기에는 운세 7, 기술 3의 소위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 낙관했다지만, 흰 상의의 선수들에게 흰사슴의 길조와 그 기운이 넘쳐나기를 기원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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