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전국단위 선거사상 최저인 48%에 그쳐 유권자의 정치 불신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번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3천474만4천232명 가운데 1천668만640명이 투표한 데 그쳐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1960년 12월 서울시와 도지사 등 10개 지역에서 실시한 선거의 투표율이 38.8%를 기록한 전례가 있지만 당시 선거는 광역단체장에 한해 실시돼 본격적인 전국선거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을 사상 최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율은 선출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대표성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4년간의 지방행정 운영에도 적잖은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51.8%의 투표율을 기록한 울산을 제외하고 인천 38.6%,대구 39.5%, 서울 45.3%, 부산 41.3%, 대전 41.6%, 광주 40.7% 등의 투표율이 모두 50% 이하에 그쳐 대도시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 저하의 원인으로는 우선 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나타난 일반적인 정치불신과 선거 무관심 현상의 심화, 특히 20·30대 젊은층 유권자의 낮은 투표참여율이거론된다.
지방선거의 경우 95년 실시된 1기 지방선거에서 68.4%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것이 98년 2기 선거에서는 52.7%로 급락했고, 이같은 경향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57.2%에 그친 데서도 나타났다.
20대 유권자의 경우 2기 지방선거와 16대 총선에서 각각 33.9%와 36.8%만이 한표를 행사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한층 더 낮아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할 지방선거가 정치성 짙은 대선 예비전으로 변질되고 월드컵대회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유권자들이 개별후보에 대한 정보와 판단기준을 가질 기회가 제한된 점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또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40여명이 각종 비리혐의로 처벌받거나 수사를 받는등 부패문제가 끊이지 않은 점도 유권자들의 냉소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비리 문제 등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는 등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주류를 이뤘고, 선거가 임박하면서 비방 흑색선전의 구태가 재연된 점도 유권자의 관심도를 떨어뜨렸다.
중앙선관위 임좌순(任左淳)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등록에 등재된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을 주는데 이 중 20%는 해외체류, 장애, 거동불편 등의 이유로 기권이 불가피한 상태에 있다"면서 "외국의 경우 사전신고한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신고제를 채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의 투표율이 꼭 낮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