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상도(商道)

입력 2002-06-13 14:03:00

"…지난번 납품대금을 견적 착오로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지나고 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늦었지만 그 차액을 돌려드립니다.본의 아니게 저지른 잘못이니 부디 용서 바랍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

병원에 필요한 물품을 매입한 뒤 5개월이 지난 뒤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편지다. 봉투에는 적지 않은 금액의 우편소액환 증서가 편지지에 싸여 들어 있었다. 꼼꼼하게 적은 편지대로라면 '이 업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초보'라서 견적을 제대로 뽑지 못한 잘못에서 비롯된 우발사고(?)였다.

편지를 읽고 나서 기억을 되살려 보니 당시 '초보솜씨' 치곤 물품의 질도 좋았고 매우 정성들여서 만들어 온 것으로 보여서 비싸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지금도 추가로 구입할 일 있으면 '그 집'에다 맡길 생각이었을 정도로. 때문에 이렇듯 돈이 되돌아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뜻밖의 편지를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모르고 너무 많이 준 돈'을 되돌려 받아서가 아니다. 액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적정가격이 아닌 걸 발견하고선 곧바로 겸손하고 정중하게 그 사유를 정직하게 밝혀가면서 편지를 쓰고 있었을 그분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웠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바가지상혼들이 판을 치고, 틈새만 엿보이면 고객을 속이고 이용하려는 일부 지각없는 상인들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세태속에서 '장사는 돈만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를 확인시켜주는 또하나의 '상도(商道)'를 만난 것이다.

답장을 썼다. "…고맙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제게 돈보다 더 소중한것을 보여 주셨습니다.…"라고.이럴 땐 번호만 꾹꾹 누르면 통화가 되는 전화보다는 하얀종이 위에다 마음을 담아서 전하는게 좋을듯해서 펜을 든 것이다.

이시우(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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