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成績 갈등'이 부른 패륜범죄

입력 2002-06-12 15:32:00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 아버지가 공부 못한다고 꾸짖는 등 권위적이고 독선적으로 대해 오래전부터 반감을 가졌고 죽여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수인 아버지를 계획적으로 끔찍하게 살해한 패륜범 대학생 아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이 진술내용 어디에도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어떤 것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범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어쩌다 '우리의 가정'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너졌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물론 이와 유사한 패륜범죄가 전혀 없었던건 아니다. 지난 94년 이른바 '박한상군 사건'은 미국 유학중에 카지노에 빠졌다가 100억대의 부모유산을 노려 부모를 살해했었다. 또 95년 모 대학의 현직교수는 사업자금을 빨리 마련하려고 학교재단이사장 아버지를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수재인 아버지와 열등생 아들간의 '성적 갈등'이 결국 패륜범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부모와 자식간의 '성적 갈등'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가정이 안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부 못한다고 부모가 꾸중을 했다고 그 아버지를 독선으로 몰아 살해한다면 이세상에 살아남을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그냥 욱하는 감정을 못이겨 살해했다면 뉘우치고 자수하는게 상식이거늘 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방화까지 한 대목은 '막가는 세태'의 범주에 가정도 예외가 아니라는게 확인된 셈이다.

그 1차적인 책임은 패륜아의 철저하게 삐뚤어진 사고에 있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건 결국 부모쭻학교쭻사회순으로 이어져 간다.

함축하면 일류병이, 유학병이 부른 것이다. 게다가 자식이 잘되라고 준 '면박'이 결국 '살인'으로 키워져 부메랑으로 그 부모에게 돌아왔다는건 그 부모에게도 문제가 많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부모의 등식'에 '자식'을 억지로 대입하지 말라는게 이번 사건이 준 교훈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