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속속 확정...지구촌 표정

입력 2002-06-12 15:45:00

○…'약속의 땅, 한국에서 기적이 실현됐다'.월드컵축구 첫 출전에 16강진출을 이룬 세네갈은 시민들이 수도 다카르의 주요 도로로 뛰쳐나와 열광의 축제속으로 빠져들었다.

조일환 주세네갈 대사는 " 우루과이와의 최종전이 끝나자 국민들이 거리로 까맣게 밀려나오고 있다"면서 "다카르 도심 독립광장과 밀레니엄 광장주변은 16강진출을 자축하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1960년 프랑스의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세네갈 국민은 16강 진출을 이룩한 이날을 '제2의 독립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들도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어 전국이 사실상 '휴무상태'라는 것.한편 세네갈 시민들은 한국을 '약속과 행운의 땅'이라면서 프랑스와의 개막전 승리이후 한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우호감을 피력하고 있다.

○…독일이 11일 카메룬과의 월드컵 E조 예선 최종전에서 2대 0으로 낙승함으로써 조 1위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데 대해 독일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당초 주전들의 부상으로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받았던 독일팀은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우승국인 카메룬을 맞아 힘의우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둬 대회 시작 전의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골게터 미로슬라프 클로세가 득점 행진을 벌여 득점랭킹 선두를 달리면서 득점왕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독일 축구팬들을열광시키고 있다고 독일 공영 ZDF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이날 경기에서 퇴장당한 카르스텐 라벨로브와 경고가 누적된 디트마어 하만과 크리스티안치게 등 3명의 선수가 16강전에 뛸 수 없게 돼 선수 기용과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조별리그 경기를 일본에서 치른 독일은 16강전부터 준결승까지는 한국에서 갖게 돼 독일 언론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독일 방송들은 독일이 경기를 치르는 도시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어 독일팀이 오는 15일 서귀포에서 16강전 경기를갖게됨에 따라 제주도의 관광자원이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별리그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한국에 호텔을 예약해 놓았다"고 16강 진출을 장담한 바 있는 루디 푈러 독일 감독은 오는 2006년독일 월드컵까지 독일팀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독일 출신의 빈프리트 쉐퍼 카메룬 감독은 카메룬을 떠나 유럽 프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이 전했다.

○…독일이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양팀 통틀어 경고 16회, 퇴장 2명이 '난무'한 거친 경기를 펼쳐 16강전에3명의 핵심선수를 출장시킬 수 없게 됐다.독일은 11일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E조 최종전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카르스텐 라멜로브가 경고 연속 2회로 퇴장당해 다음 경기인 16강전에 뛰지 못한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에서 아일랜드의 16강 진출 원동력은 한마디로 '투지'였다.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불굴의 정신력과 승부욕이 지난 94년 미국대회에 이어 두번째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궈낸 것이다.아일랜드는 이번 대회 지역예선에서부터 16강이 확정된 11일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고난과 시험의 연속이었지만 스스로 놀랄 정도로 잘 극복해냈다.

유럽지역 예선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강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던 아일랜드는 이번 월드컵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포르투갈과의2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고 네덜란드에 승리하는 등 선전을 거듭했다.월드컵 개막 직전까지도 시련은 이어졌다.

팀 공격의 핵인 로이 킨이 공개석상에서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비난하면서 내분에 휩싸인 것.하지만 아일랜드의 마이클 매카시 감독은 곧 바로 로이 킨을 방출하고 선수들도 팀 화합을 위해 매카시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을발표하면서 내분을 수습했다.

○…귓속이 찢어질 듯 했다. 아일랜드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물로 2002한일월드컵축구 16강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1만여명의 극성스런아일랜드팬들이 일제히 질러댄 함성 때문이었다.

아일랜드 수호성인 '성(聖) 패트릭'을 상징하는 '클로버색'의 물결이 출렁였고 박수와 노래, 간간이 들리는 나발 소리로 요코하마국립경기장안이 일순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카메룬과 첫판을 비기고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전광판 시계가 90분을 넘어설 때까지 뒤져 탈락하는가 했던 아일랜드가 자력으로 16강에 오른 게 자랑스러워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을 펼쳤던 아일랜드팬들은 후반 16분부터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열광에 열광을 거듭했다.

'누구도 아일랜드를 꺾을 수 없어(You will never beat the Irish)' 이후 잘 알려진 이 구호를 독특한 음정에 실어 계속 반복하던 이들은 후반 41분 데이미언 더프의 3번째 골이 터지면서 사실상 16강이 확정되자 녹색과 흰색, 오렌지 색깔의 아일랜드 국기를 펴들고 일본 관중들이 다 떠날 때까지 승리의 찬가를 불러댔다.

○…지난 대회 챔피언인 프랑스의 예선탈락은 조국 프랑스 뿐만 아니라 이번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에도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줬다.특히 프랑스가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일본으로 옮길 예정이었던 만큼 프랑스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설 것으로 굳게 믿고 있던 경기장이나 훈련캠프, 숙소 관계자들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8강전이 열리는 시즈오카(靜岡)현 하마오카(浜岡)쵸에 있는 '시즈오카 컨트리 하마오카코스'호텔은 프랑스 대표팀이 8일동안 숙박할 예정이었다.막대한 선전효과를 기대했던 부지배인은 "올해 초 사전답사차 왔던 스태프가 '이겨서 꼭 여기에 오겠다'고 말했다"면서 어깨를 떨어뜨렸다.

당초 예상대로 프랑스가 A조 1위로 16강에 올랐더라면 15일 경기를 치르게 될 니가타(新潟)현 관계자는 "세계랭킹으로 보건대 프랑스가 올 것으로 확신했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니가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일본은행 니가타지점은 "프랑스가 오면 보도진 숫자부터 다를 것이고 입장권 없이 그냥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며손에 잡힐 듯 사라져버린 경제효과를 아쉬워했다.

프랑스의 준비캠프지였던 가고시마(鹿兒島)현 이부스키(指宿)시의 한 공무원은"상상도 못했던 결과"라며 "술을 먹고 잊는 수밖에 없다. 내일부터는 무조건 일본만 응원할 것"이라고 섭섭한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한편 11일 오후 도쿄 미나토(港)구에 있는 특설행사장에서 프랑스 경기를 단체시청한 프랑스축구연맹과 재일 프랑스대사관 관계자들도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알레 레 블뢰!(가자 프랑스대표!)"라며 필사적으로 응원하던 이들도 프랑스가 2실점 하고 패색이 짙어지자 일찌감치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렸다.프랑스 대사관의 이브 까르모나 홍보부장은 "프랑스에게는 세네갈처럼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가 없었다"며 "비록 이번 월드컵은 이렇게끝났지만 프랑스의 탈락은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챔피언 부활에 희망을 걸었다.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크렘린궁(宮) 옆 마네쉬 광장에서 최근 발생한 축구 난동에도 불구, 실황중계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루쉬코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스크바가 훌리건이 판치는 후진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스포츠 중계를 계속할 것"이라며"오는 14일 러시아-벨기에전도 예정대로 중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9일의 훌리건 난동 사건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모스크바시 당국은 앞서 9일 마네쉬 광장에서 훌리건 난동이 발생한 직후 스포츠 중계 및 광고용 대형 스크린을 철거하고 향후 스포츠 중계를 전면중단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었다.

9일 마네쉬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러시아-일본전을 지켜본 훌리건 300여 명은 러시아가 0대1로 패한 것에 흥분,주변 시민을 마구 폭행하고 승용차를 불태우는 등 난동을 부려 2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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