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월드컵 에이즈'

입력 2002-06-12 00:00:00

월드컵 시작 직전에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가 난데없는 콘돔공방전을 벌였다는 사실을 아는 지방민은 거의 없을 터이다.

외국인은 물밀듯이 쳐들어(?)오고 에이즈 보균자를 막을 방법은 없고, 해서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로부터 신청을 받고 또 에이즈 예방단체들에 보낼 것 등을 합쳐 30만개 정도를 준비키로 했는데 의협측이 "최소한 100만개 정도를 서울시내에 공짜로 깔지 않으면 예방은 헛일"이라고 맞섰다는 거다.

결국 의협의 요구대로 되진 못한 채 월드컵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대구의 경우는 경기가 4게임밖에 안되고 외국인 수도 서울같지 않다는 이유로 월드컵지정 숙박업소와 퇴치연맹을 통해 1만개가 무료 배포됐다고 한다.

▲월드컵에 웬 아랫도리 얘기냐고 할지 모르나, 민망스럽다고 대충 피해갈 일이 아니다. 93년에 323명뿐이던 에이즈 '감염자'가 6년만인 99년 1천61명으로 세배 이상 불어난 것이, 88올림픽 때 외국인들이 퍼뜨린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거쳐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월드컵이 한참 지난 2010년께에도 '혹시?'하는 두려움이 생길 법도 하다. 그래서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아랫도리' 간수 잘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에이즈 감염녀가 윤락가에서 열심히 일하다 지난주 김해경찰서에 잡혔는데, 신문에 나자마자 그녀가 거쳐간 지역 남성들이 걱정이 태산이라는 얘기가 또 신문에 실렸다. 보건소·병원에 에이즈 증세를 묻는 '몰래전화'에다 에이즈 괴담까지 살이 붙어 나돈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감염녀가 "내가 상대한 수많은 남자손님 중 절반 이상이 콘돔착용을 거부했다"고 진술했으니 도둑이 제 발(足)저린 격이 될밖에…. 감염녀 접촉남(男)이 왜 콘돔사용을 거부했는지 알 수 없으되, 한 전문의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피부에 상처가 없으면 괜찮다지만 작은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본인도 모르는 판에 왜 맨땅에 헤딩하겠다고 고집부리십니까?

▲에이즈 확산을 막는 '둑'구실을 했던 감염자의 면역기능검사비 지원이 최근에 중단됐다는 소식에 당혹스럽다. 감염자들은 대개 1분기당 한번씩 면역기능 및 바이러스검사를 통해 진전여부를 확인하고 처방을 받는다. 검사비용이야 20여만원 정도이지만 이들 대부분이 가족과 떨어져 살고, 정상적인 일에 종사할 수 없는 '사회적 처지'를 생각하면 큰 부담이다.

또 검사 없으면 약(처방)도 없으니 보건당국은 에이즈에 항복하겠다는 뜻인가?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가 오기전에 재고(再考) 있기를 바란다. 또한 에이즈가 지나치게 공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감염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듯한 이 편향된 현상에 대해선 보건당국과 언론 모두 반성할 점이 많음도 물론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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