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경제를 '정치 논리'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만연,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효율성과 시장 원리에 의해 엄격히 처리돼야할 경제 현안들이 표심(票心)을 의식한 정부의 선심성 정책으로 흐지부지되고 있어 구조개혁을 향해 갈 길 바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최근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 "연말까지 독자생존 방안을 모색한 뒤 추이를 봐서 매각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매각만이 살길'이라고 판정을 내린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뒤엎은 대표적인 '눈치보기'정책이다.
최근 자동차특소세 감면 혜택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연장한 것을 비롯 신용카드 방문 모집 허용, 수도권 공장총량제 예외 규정 입법 예고, 빈번한 조세 특례 조항 신설, 유류세 인상에 따른 운수업계 부담액 보조, 신용협동조합의 출자금을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시킨 것 등 민원성 정책은 거의 봇물터진 상태다.
한나라당도 책임은 있다. 국회가 예민한 문제는 거의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을 우려, 철도산업 구조개혁법안이 묶여 있으며 과중한 사채이자를 제한하려는 대부업등록법, 임차보증금을 보호하려는 국세기본법,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는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안 등은 아예 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당국은 국민들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으니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 경기 과열을 우려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연말 대선까지 억지 민원이 쏟아질 것이 뻔한데 정부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없다.
무엇보다 모처럼 일기 시작한 경기 회복분위기가 민원에 질질 끌려 다니는 당국의 방향성 잃은 경제 정책에 의해 훼손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망친 남미의 사례를 굳이 거론할 필요없이 정치로 인해 경제의 기본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용납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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