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미戰 '품위'도 이기자

입력 2002-06-08 12:18:00

오는 10일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한판 승부가 펼쳐질 한-미전을 앞두고 대구시민들 사이에 매너있는 응원문화와 성숙된 시민의식을 전세계에 보여주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한-폴란드전에서 일부 우리나라 응원단이 폴란드 선수가 입장할때 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는 비하표현을 했고 폴란드 국가 연주시 야유를 보내는 등 동방예의지국을 무색케할 정도의 '결례'를 범한 것에 대한 자숙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지역 미군기지 문제, 지난 동계올림픽 오심판정 등 갖가지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팽배한 시점에서 한-미전이 스포츠 축제의 장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아 성숙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붉은악마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도 중요하지만 상대팀에 대한 매너없는 응원은 자제해야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스포츠는 개인 감정을 넘어 인류화합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될 문제"라며 "대구에서 열리는 한-미전에서는 경기도이기고 대구시민도 이겼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게 매너있는 응원문화를 전세계에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대학생 이모(24.대구시 북구 대현동)씨는 "일부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이나 선수단 숙소 앞에서 시위를 벌여 기를 꺾자고 선동을 하는데 이는 잘못된 행동"이라며 '정정당당 코리아'라는 슬로건에 맞게 페어플레이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응원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서포터스 박순종(57.대구시 남구 이천동) 대표는 "감정은 감정이고, 손님은 손님인만큼 집에 손님을 초대했으면 극진하게 대접하는게 우리 민족의 예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0일 월드컵 한-미전 경기를 앞두고 근거없는 주장이나 소문으로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시위 등에 대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7일 『김 대통령은 오는 10일 대구에서 열리는 한.미전을 참관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한.미전을 앞두고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반미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다 경기 당일 반미 시위, 경기장내에서 한.미 양국 응원단간의 충돌 등 우발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

김 대통령은 지난 4일 우리 대표팀이 폴란드전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한.미전도 직접 관전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폴란드전의 승리로 불이 붙은 월드컵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올초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의 쇼트트랙 금메달을 강탈당했던 수모를 되갚아줘야 한다는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당시 할리우드 액션의 장본인이었던 오노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한국을 비하했다는 미확인 루머가 나도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한.미전을 참관할 경우 한.미전을 둘러싼 「경기외적」 열기를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으며 주최국대통령으로서 자국 경기에만 관심을 갖는 협량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한편 김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인철 붉은 악마 회장, 김흥국 아리랑 응원단장 등 월드컵 응원단 18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그는『폴란드전에서 열정적이면서도 질서있는 응원으로 한국팀의 승리를 이뤄내고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더욱 질서있고 멋있는 응원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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