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파일 이곳-노인 매춘

입력 2002-06-06 14:10:00

건강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성(性)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60세 이상 할머니 중 56%가, 75세 이상 할머니 가운데 25%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종합병원의 조사는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깨트린다.

노인의 성 문제는 이제 '세상에 그런 일이'라며 놀랄 일도, 망측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홀몸 노인의 증가에 따른 매춘과 성병의 증가다.

대구시내 한 공원. 비교적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구청 공무원과 경찰의 순찰이 이어지는 동안 공원 주변은 조용하다. 그러나 단속원이 사라지기 무섭게 몸을 숨겼던 매춘부들은 습기처럼 슬그머니 비집고 나와 서성댄다.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다. 대구시내 노인들이 모이는 공원과 신천 둔치 등을 무대로 활동하는 매춘부들은 하루 평균 6~10명의 손님을 맞는다고 말한다. 매춘부들의연령층은 40~60대이며 그 중엔 남편 있는 사람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은 노인들에게 성에 관해 물었다. 대체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외면했지만 한 무리의 남녀 노인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성친구와 같이 즐긴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는 노인 10명 중 3명이 이성친구와 성관계를 가진다는 조사도 있었다. 대구시에는 지난해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15만7천여명에 달하고 이 중 홀몸 노인은 1만5천여명이다.

그러나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녀들은 노부모의 성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노인들 스스로도 '주책없이…'라며 꺼려한다. 조금 전 매춘부와 여인숙에 들어갔다 나온 한 노인은 매춘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누가 매춘하더냐? 그런데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며 짐짓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구시내 공원 앞 비뇨기과 의원들에는 비아그라를 찾는 노인이 하루 4, 5명에 이른다. 비아그라의 출현 이후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성병이 노인들에게 급증한다는 뉴스는 이제 더 이상 미국발(發) 뉴스가 아니다.

비아그라를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노인들도 매춘이 가능하다.공원 주변 매춘부들의 가방에는 가난한 노인을 위한 장비(?)가 늘 준비돼 있다. 한 매춘부는 소형 펌프 모양의 기계를 내보이며 1분이면 준비는 끝난다고 자랑했다. 별로 남는 것은 없지만 노인들을 위해서 판매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원과 신천 둔치 등지에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 중 상당수가 매춘과 성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루 열 명쯤 손님을 받는데… 콘돔 찾는 사람은 한 두명도 안돼". 대구시내 한 공원에서 2년째 '사업'중인 한 50대 매춘부의 말이다. "예전엔 하루 평균 5, 6명의 할아버지들이 항생제를 찾았는데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 없이 약을 살 수 없자 할아버지들이 사라졌어요". 인근 약국 관계자의 말이다.

의약분업 이후 할아버지들이 약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단돈 100원을 아끼기 위해 이 약국 저 약국을 전전하던 노인들에게 진단서 따로, 약 따로는 적지않은 부담. 게다가 젊은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성병 때문에 병원에 왔노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노인이 웬주책이냐고 웃음을 터뜨릴 것 같기 때문이다. 성병과 전립선염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지원은 전무한 셈이다.공원 주변의 일명 '박카스 아줌마'나 등산로 주변의 '다람쥐 아줌마' 또는 '낙타부대'를 단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단속과 눈총보다 노인들의 은밀한 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시급한 시점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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