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신천 수상무대와 문화적 유연성

입력 2002-06-05 14:23:00

지난 25~27일 밤 대구 신천변 '희망수상무대'에서는 대구시립극단 '한 여름밤의 꿈'공연이 성황리에 열렸다.

벽으로 둘러쌓인 공연장에만 익숙한 시민들에게 사방이 확 트인 야외무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신천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밤 바람과 환하게 뜬 보름달은 인위적인 기술로는 불가능한 무대장치였다.

"야, 대구에 이런 데도 있었어?" 사흘간 3천여명의 관객들 대부분 입에서 터져나왔을 탄성이었다.그런데 공연개최 3, 4일전쯤, 자칫 공연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뻔한 '해프닝'이 있었다. 발단은 무대확장이었고, 문제의 주인공은 무대주변 '화초'. 사연은 이랬다.

극단측은 당초 시설안전관리사업소측의 허가를 받아 대형공연에 맞춰 무대를 넓혔다. 나무합판을 덧대 기존 시멘트 무대를 가로세로 1.5m가량 넓히고, 무대아래 덮히는 수생식물을 다치지 않기 위해 무대를 40㎝가량 높였다. 무대확장이 완료된 날, 사업소측이 나무합판인 무대바닥을 투명아크릴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나무합판은 채광이 되지 않아 수생식물의 생육에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5년동안 힘들게 관리해서 올 봄 처음 꽃을 피웠는데 죽으면 어떡합니까. 공연을 열려면 나무바닥을 아크릴로 교체해야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극단측은 "아크릴은 지탱하는 힘이 약한데다 지금 무대를 뜯게되면 예정 공연일에 차질이 생긴다"고 사정하며 맞섰다. 한 배우는 "수변무대는 처음부터 공연 목적으로 만든 것 아닙니까. 큰 공연을 위해선 좁은 무대를 넓히기도 해야 하는데, 수생식물 관리가 문화행사보다 중요하다면 왜 수변무대를 만들었는가"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마찰에도 불구하고, 사업소측이 한발 물러섬으로써 공연은 무사히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생식물이 다치지 않는 범위', 즉 공원관리를 우선하는 범위내에서 야외무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업소측의 방침은 변함없으므로, 앞으로도 이 같은 해프닝은 얼마든지 재발가능하다.

신천에는 모두 2곳의 수변무대가 있다. 희망교 아래 무대는 그나마 '아주' 가끔 청소년 행사장으로 쓰고 있지만, 도청교 아래 수변무대는 퇴적물이 쌓여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고 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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