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히딩크식 리더십

입력 2002-06-05 00:00:00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중앙도서관 인터넷 사이트에 입력하면 183종이나 되는 이 관계의 책이 검색돼 나온다고 한다. 그 수식어도 '창조적' '과학적' '예술적' '전략적' '디지털' '성경적'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연구하는 사람의 수만큼 많고, 그 진정한 뜻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사전에는 '집단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모든 작용'이라고 밝혀져 있지만, 그 뜻이 무색해진 세상이다.

▲4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폴란드를 2대0으로 눌러 첫승을 따내자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더욱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허약했던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세계를 놀라게 한 팀으로 끌어올리며, 트루시에 일본 감독과의 인기를 확실하게 역전시킨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는가. 욕을 먹어도 소신대로 밀고나가는 강한 추진력, 멀리 내다보는 비전, 철저한 사전 준비, 자신감 고취, 자율과 책임, 공격적인 경영, 기초경쟁력 중시 등이 그것이다.

▲특히 그의 리더십이 경영자.경영학자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이미 지난달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히딩크식 환경경영'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도 이와 비슷한 연구보고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의 고조는 당연한 일로 보인다. 축구팀이나 기업은 다 같이 조직이며, 감독이나 회장.사장은 CEO이므로 경영 원리가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CEO들의 좌우명을 보더라도 평범하나 남다른 경영철학이 성공의 열쇠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좋은 경청자가 되자', 구본무 LG 회장은 '약속은 꼭 지킨다', 손길승 SK 회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 최태원 SK〈주〉 회장은 '진정한 능력은 돈이 아닌 지식에서 나온다', 노기호 LG화학 회장은 '종선여류(從善如流:선한 것을 따르면 모든 것이 물과 같이 흐른다)'가 좌우명이라 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주요 2세 기업인들은 자수성가한 오너 1세들의 강력한 카리스마 아래서 자란 경우가 많고, 좌우명도 그 영향을 입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에 대한 정열과 집착이 공통분모이며, 근면.성실.겸손.인간 존중 등이 그 기본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하루에 1억원을 쓰더라도 재산에 대한 이자도 다 못 쓴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이 어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랴. 우리나라 CEO들의 '히딩크식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그들의 덕목에 '프러스 알파'로 작용해 우리 경제를 한층 끌어올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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