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후보 부인 3인의 내조열전

입력 2002-06-04 15:03:00

광역단체장의 선거구는 너무 넓다. 그래서 전역을 뛰어다녀야 하는 후보 못지 않게 부인 역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선거운동하랴 남편 내조하랴 정말 입에 단내가 날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또한 남편의 득표에 바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들 부인은 잠자는 시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경이다.

▨조해녕 대구시장 후보 부인 김옥희(59)씨=조용한 내조파에 속한다. "기왕에 남편이 대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정한 이상 남편돕는 일에 헌신하겠다"며 소박한 '내조론'을 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조 후보에게 한약과 야채즙을 준비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 귀가하는 자정무렵까지 땀에 전 손수건을 쥐고 골목길과 시장통을 누빈다.

김씨는 "낮 시간엔 남편을 볼 시간이 거의 없고 가끔 선거사무실에서 우연히 마주치곤 하지만 따로 얘기 나눌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선거전이 격해지면서 김씨의 귀가시간도 늦어지고 있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밤 10쯤 귀가했지만 요즘은 자정무렵에야 파김치가 돼 돌아온다. 김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봉사를 인생의 마지막 할 일로 알고 남편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 부인 강보향(46)씨=수더분한 외모지만 열성 내조파다. 이 후보는 "아내의 활동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한다.

강씨는 남구청장 부인 시절인 지난 96년부터 '대구여성의 전화'의 상담원 일을 해오고 있다. 노숙자 쉼터나 무료급식소를 찾는 일은 강씨가 더 적극적이다. 요즘 달라진 게 있다면 후보 부인임을 밝히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그는 "후보 부인인 줄 몰랐던 자원봉사자들이 지지를 부탁하자 놀라면서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강씨는 "워낙 소박한 인상이어서 사람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열심히 골목을 돌며 한 명이라도 유권자를 더 만나 손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근 한나라당 경북지사 후보 부인 이명숙(58)씨=이씨는 아무리 바빠도 남편의 건강은 직접 챙긴다. 살구씨 기름과 손수 끓인 전복죽을 꼭 챙긴다.

유세로 무리가 간 남편의 목과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오전 5시,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씨가 새벽기도와예배로 하루를 시작한 것은 이미 수십년 전.

이씨는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많은 제자들을 만난다. 28년간 교직에 몸담아 온 탓에 제자들이이씨를 알아보고, 반가워 한다. 그리고 제자들이 이 후보를 자랑할 때 쑥스럽기는 하지만 기쁘다.

이씨는 지난 95년 민선 1기때부터 선거운동을한 탓에 이제는 후보자 부인에다 핵심 선거운동원이라는 1인2역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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