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경기 60회 출전 무쇠사나이

입력 2002-06-03 14:01:00

계명대 공대 교통공학과 강승규(姜承圭.46) 교수는 철인(鐵人)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각종 철인3종경기(Triathlon) 출전 횟수만도 60회가 넘는다. 매일 새벽 사이클과 수영, 마라톤 훈련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강 교수는 대구에 철인경기를 확산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그가 철인3종경기에 입문한 것은 지난 98년. 미국유학시절 일본에서 공부하던 동생이 출전한 하와이 철인3종경기 세계대회에 응원하러갔다 이 경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무렵 일본에는 철인3종경기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동호인 인구만도 30만명. 하지만 국내에는 철인3종경기가 소개된 지도 얼마 안돼 동호인이 500명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동생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10년 넘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몸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려 15kg이나 체중을 줄이고 스피드와 지구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듬해인 99년 국내대회에서 14시간 51분 49초로 226.3km를 완주, 철인 칭호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경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시간날 때마다 인터넷을 검색해 외국자료들을 홈페이지(kts.pe.kr)에 올리고, 관련 서적도 출판하면서 관심있는 동호인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다양한 해외정보와 각 클럽별 게시판까지 제공하자 강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는 연맹 홈페이지를 능가하는 등 허브(Hub: 거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루 접속건수만도 2천여건. 대구철인클럽, 대구강북클럽 등 동호인 모임도 생겨났다. 요즘은 각종 대회에 대구 동호인 30명 정도가 출전할 정도로 기반이 잡혔다.

해마다 국내에서 열리는 철인3종경기 대회는 10회 정도. 철인 코스로 열리는 아이언맨 대회는 한차례 열리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강 교수가 이 경기에 입문한 98년만 해도 60~70명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이듬해 120명, 2001년에는 300명으로 늘었다. 오는 16일 원주에서 열리는 대회와 8월 아이언맨 대회에는 500~600명의 건각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 교수는 "국민소득 1만달러 정도면 마라톤 인구가 급격히 늘고, 2만달러 수준이면 철인3종경기가 보편화되는 것이 선진국들의 추세"라며 현재 국내 동호인만도 2천여명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선진국형 스포츠로 불리는 이유도 사이클과 수영복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 그래서 동호인 연령도 20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30,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영(3.9km)과 사이클(180.2km), 마라톤(42.195km)으로 이어지는 이 경기에서 '철인'의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풀코스를 17시간내에 완주해야 한다.

현재 국내의 철인은 300명 정도.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국내 동호인 33명이 출전, 대회 주최측을 놀라게 하는 한편 우리말로 브리핑을 받는 등 큰 성과를 얻기도 했다.

3가지 운동을 한꺼번에 한다는 점이 철인3종경기의 큰 매력이라고 말한 강 교수는 "고통을 이겨내고 완주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과 성취감 때문에 이 경기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로 격려하고 고통을 함께 하며 달리는 가운데 맺어지는 끈끈한 유대관계야말로 철인경기를 무엇보다 매력적인 경기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예찬했다.

세계 16개 철인경기대회 섭렵과 12시간 45분대의 최고기록을 11시간대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강 교수는 요즘도 하루 3~4시간씩 강도높은 훈련에 임하고 있다.

강의와 훈련, 대회출전이 일상 생활의 전부를 차지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 미안하지만 철인3종경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지칠줄 모른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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