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출전권 확대 '찬물'

입력 2002-06-03 14:40:00

사우디 아라비아가 독일에 참패함에 따라 아시아 대륙의 월드컵 출전티켓 확대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그동안 아시아지역에 대한 본선 티켓을 5장으로 늘리기 위해 한때 월드컵 보이콧까지 논의하는 등 국제축구연맹(FIFA)을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사우디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지난 82년 이후 20년만에 최다골차로 패배함에 따라 출전권 확대 명분을 상당부분 상실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제프 블라터 FIFA회장은 "아시아는 경기장에서 충분한 기량을 펼쳐 보인 뒤 출전티켓을 달라고 해야 한다"면서 "월드컵에는 수준높은 팀들이 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 등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도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지 못할 경우 결정권을 쥔 FIFA 집행위를 상대로 아시아 지역의 본선 티켓을 늘리자는 주장을 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 티켓 1장이 배정됐던 54년 월드컵때도 대륙 대표였던 한국이 헝가리에 0대9, 터키에 0대7로 패하자 대륙별 예선을 재검토해 너무 약한 팀의 본선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었다.

결국 아시아는 58년, 62년에 0·5장만을 배정받았고 유럽국가들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한 팀도 출전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FIFA는 66년 영국 대회때는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3개 대륙에 단 한 장의 티켓만을 배정했으며, 이에 반발해 대부분 나라들이 지역 예선을 거부했다. 이때 북한과 호주만이 예선에 참가했는데 티켓을 딴 북한이 8강까지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예선 보이콧과 북한의 선전 덕분에 아시아·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는 70년 대회부터 각 1장의 독자 티켓을 확보했으며 이후 꾸준히 티켓을 늘려왔었다.

아시아 지역은 3.5장이 배정됐던 지난 98년 프랑스 대회때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으나 나름대로 선전했었다.

지금까지는 현재 0.5장으로 독자출전권이 없는 오세아니아에 0.5장을 줘 독자출전권 1장을 부여하고 나머지 0.5장을 아시아에 주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사우디의 참패와 아프리카의 돌풍으로 분위기가 바뀔 공산이 커졌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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