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투론도트 공주의 수수께끼

입력 2002-06-01 14:40:00

2002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는 문화적 행사의 하나로 대구시는 6월 7, 8, 9일 사흘간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초대형 오페라 작품인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연한다.

대구의 많은 성악가들과 시립 교향악단, 합창단, 발레단, 심지어 북경 경극단까지 참여하는 이번 대공연을 앞두고 벌써부터 야외음악당에는 무대설치의 망치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2000년 9월 북경 자금성에서의 '투란도트' 공연은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8회 공연 입장권이 매진되었으며 공연자체가 세계 문화계의 큰 화제 거리가 되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소개되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낭만적 이야기 같은 이 작품의 스토리와 아련한 아리아의 선율이 대구의 초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아 일상생활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주는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 작품의 주 내용인 공주의 세 가지 수수께끼의 의미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투영시켜 본다.

공주의 세 가지 수수께끼

절세미녀인 투란도트 공주는 전생의 어떤 인연으로 인해 자신이 내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면 그 사람과 결혼할 것이지만 만일 한 문제라도 못 풀면 그 사람은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포고를 널리 펴 이미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4번째의 도전자는 타타르의 왕자이다.

그는 생명을 걸고 이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공주는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 어둠을 가르지만 아침이면 사라지는 환상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왕자는 즉각적으로 그것은 희망이라고 대답한다.

공주는 두 번째로 "불꽃을 닮았으나 불꽃은 아니며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지만 정복을 꿈꾸면 타오르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왕자는 거의 망설임 없이 그것은 피라고 대답한다. 공주는 마지막으로 "그대의 마음 속에 불길을 지피는 얼음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왕자는 한동안 망설인 후에 그것은 그대인 "투란도트"라고 말한다. 왕자는 정답을 다 맞추었지만 또 한 차례의 수수께끼 소동을 벌인 후 투란도트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희망의 본질은 절망이라지만...

공주가 낸 수수께끼의 답들을 문장으로 엮어보면 "혈관 속에 피가 흐르는 한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가 성립된다. 인간은 절망상태 속에서만 간절한 희망을 지니기에 흔히 희망의 본질은 절망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한 인간은 희망을 지님으로써 미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은 절망적인 체념이 아니라 구원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는 또한 예나 지금이나 희망을 지니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우리네 인생살이가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는 이러한 시련의 인생을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나아닌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만 된다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왕자와 공주의 극적 사랑이 이 오페라의 주제이지만 우리는 사랑의 개념에 이웃에 대한 봉사, 부모님에 대한 효도, 친구간의 우정, 사제간의 믿음 등을 포함시켜야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을 빠뜨리고서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잔잔한 아리아가 공연장 위로 울려 퍼져 대구시민 모두의 지붕 위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내려앉음으로써 더욱 더 정감이 느껴지는 대구의 모습을 한 순간 그려본다.

또한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이 특별 공연을 계기로 대구시민의 문화수준도 세계 문화시민의 대열로 향해 한 발자국 성큼 다가갔으면 좋겠다.

이인직.경일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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