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주국 영국의 가장 치욕적인 경기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대회에서 당시 축구 후진국 중의 후진국인 미국에 당한 1대0 패배를 꼽는다. AP통신마저 1대0의 경기결과가 아예 잘못됐을 것이라고 판단, '10대0 잉글랜드 승리'라고 대문짝만하게 오보(誤報)를 냈을 만큼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도박사들은 500대1로 잉글랜드 우세를 점쳤지만 승부는 예상을 빗나갔다. 확률을 거부하는 이러한 축구의 속성 때문에 세계적인 게임에는 항상 도박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한반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축구복표업체 스포츠토토㈜의 비리도 축구 열풍에는 어쩔수 없는 것일까. 매출이 뚝 떨어져 존폐 기로에 처한 스포츠토토가 최근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잇따른 선전으로 웃음을 되찾고 있다.
권력형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에는 게임당 2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이 스코틀랜드전에서 한국팀이 4대1로 쾌승한 뒤 매출이 급증, 26일 한국과 프랑스 평가전에서는 4억2천만원어치가 팔려 사업 개시 이후 최고 판매액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전·후반 스코어를 모두 맞힌 한 고객이 3만원 베팅으로 1천83만원을 거머쥐어 배당률 361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원복(산업연구원 연구원)씨로 밝혀졌는데 그는 올 2월 농구토토에서도 1등에 당첨돼 역대 최고액인 1억5천600만원을 받았다고 하니 스포츠 결과에는 남다른 투시안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 '베팅 도사'가 한국이 폴란드를 3대0 또는 3대1로 이기고, 미국에는 2대1로 이겨 16강은 물론 8강도 가능하다고 예측했으니 전국의 호사가들은 '베팅 찬스'에 더욱 열을 올릴 게 뻔하다. 이처럼 그라운드 열기 못지않게 장외에서 벌어지는 도박사들의 '머리 싸움'은 또하나의 월드컵이다.
▲직장은 물론 가정이라고 해서 월드컵 내기 열풍이 불지 않을 수 없다. 직장인들은 주로 한국팀의 승패와 스코어, 16강 진출여부, 우승팀 등을 놓고 대체로 1만원씩 내 '월드컵 펀드'를 만들어 맞히는 사람이 싹쓸이하고 가정에서는 가족끼리 외식이나 영화감상 내기를 한다니 '아마추어 도박사'의 묘미를 한껏 즐기고 있는 셈이다.
저마다 다양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내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칭 축구전문가가 돼간다는 증거다. 부담없는 돈으로 내기를 한 후 퇴근후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축구 얘기야말로 한국 축구발전의 밑거름이 아닌가.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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