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후보 인물탐구-이재용

입력 2002-05-29 15:23:00

무소속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에 대한 첫 인상은 대개 유약하고 카리스마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구청장 재직 7년을 포함해 무소속을 고집해왔다. 이 모두에 대한 외부의 시선에 대해 그는 "권위의식이 없는 외유내강형 경상도 사내"라고 설명한다.

▨몇가지 에피소드

구청장 재임시절, 18만여km를 뛴 92년식 관용차(콩코드)를 두고 주위에서 "새 차를 뽑으라"는 귄유가 많았단다. 고장이 잦았고 그 때마다 부품을 구하기 위해 폐차장을 찾아야 했던 탓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새 차 탈 여유가 있으면 직원들에게 시간외 수당이나 더 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구청이 대구시내에서 가장 빈한한 지자체라는 점에서 그의 자세는 어쩌면 당연스럽기까지 하다.

치과의사 시절에는 무슨 연유에선지 승용차 대신 승합차를 이용했고 구청장 취임후에는 이 승합차를 지역 장애인단체에 기증했다. 한마디로 그는 '폼생폼사'와는 거리가 멀다.또 '이재용'하면 으레 '양지로'를 떠오른다.

10대 윤락으로 악명높던 양지로를 몇년 사이 문화거리, 테마공원으로 조성시킨 이 후보의 추진력을 높이 사는 행정 업적이다. 일대 상권을 쥐고 있던 조폭과의 전쟁을 불사했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이 후보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대 윤락을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 결국은 인접 지자체들이 퇴폐 술집에 시달리도록 했다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의사에서 행정가로 변신

이 후보는 대학시절(서울대 치대 73학번) 제적과 복학을 세번이나 거듭한 운동권 출신이다. 긴급조치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한 후배는 "연세대 치대에 김영환(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있었다면 서울대 치대에는 이재용이 있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운동권 중에서도 맨 앞줄에 섰다.

그러던 그는 졸업후 치과 개업의로 적지않은 돈을 벌었고 제도권내에서 '잘 나가는' 의사가 됐다. 다만 그가 돈만 밝혔다면 오늘의 이재용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관심은 치과의사에 머물지 않고 의료운동과 환경운동, 문화(연극)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의 이력서에 나오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초대회장''환경운동연합 초대 집행위원장''대구시 연극협회 대구지회장'이란 직함이 이채롭다.

그는 지난 81년 황량한 대구 연극계에 극단 처용을 창단한다. 의사로 번 돈을 극단에 퍼 날랐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연극배우 윤석화씨와 함께 공동으로 한국문화예술대상('95)을 수상한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변신을 거듭한다. 95년 지방자치선거에 나섰다. 당시는 시민단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시민.문화운동의 역량이 어느 정도 축적된 시기로 이 후보는 지역 50여개의 재야.시민단체로부터 강권에 가까운 출마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출마를 권유한 당사자들조차 이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반(反) YS정서'를 업고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자당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구청장에 당선,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시장 출마

이 후보는 "시민들이 차라리 국회의원에 출마하라 권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치가'가 아닌 시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시장출마를 결심했다"고 주장한다. 광역단체장 역시 넓은 범주의 정치인이지만 그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 후보는 "7년간 구청장으로 재직하며 욕 안 먹고, 돈 안 먹고 무소속을 견지했다"며 "희망을 주는 시장, 대구시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이 후보는 서울에서 '전국지방자치개혁연대 출마자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치연대는 무소속 후보들의 결사체 성격의 단체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성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기득권에 질식당한 풀뿌리 민주주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를 찾아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소송을 냈다.

이를 지켜보는 부인 강보향씨는 담담하게 말한다. "늘 애인 같은 남편이 되려고 애쓰는 것 같지만 처음부터 이 사람이 애인 같은 남편은 안될 것 같았다"면서 "옳은 일에 신념을 갖고 매진하는 지사와 같은 분"이라고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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