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문제 정면 돌파할 때다

입력 2002-05-29 14:25:00

베이징의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와 망명을 요청한 탈북자 4명에 대해 중국이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이에 우리당국은 '한국행 보장'으로 맞섬으로써 탈북자협상을 둘러싼 한.중 외교력이 생각보다 빨리 시험대에 올라버렸다.

잇따른 기획망명-한국의 탈북망명자 전원 수용으로의 방침전환-중국측의 공개적인 탈북자 인도요청 등 일련의 사태진행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탈북의 파도'가 이젠 대세(大勢)임을 한국과 중국에 동시에 인식시켜주는 것이요, 따라서 양국 모두 더이상 '조용한 해결책'이 아닌 공개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탈북자 한국공관 직접 진입'이란 첫 사건에서 양국간에 다소간의 진통이 예상되긴 하지만 국교정상화 10년이 쌓은 두나라의 우정과 협력이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중국측이 탈북자 4명의 신병인도를 공개요구한 데에는 탈북자 망명요청을 둘러싼 중.일간의 외교적 힘겨루기가 보여주듯 일종의 계산된 수순이 있을 것이다. 기획망명의 도미노현상, 탈북자들의 한국직행 지연전술로도 보이는 중국측의 강수(强手)는 일견 북한에 대한 배려인상과 함께 국제사회의 인권공세의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결국 중국은 탈북자의 한국직행 선례(先例)를 만들어 주기가 싫은 것이고, 우리측은 망명희망자 전원 수용으로 탈북자 대책을 전향적으로 바꾼 마당에 불거진 이 돌발적 '첫거래'를 성공시켜야 하게 됐다.

우리는 이들이 제3국을 거쳐오든 한국으로 직행해오든 외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과 동일한 대우를 중국측에 요망한다. 탈북의 봇물, 망명의 봇물은 한국과 중국의 탓이 아니라 바로 북한의 탓이 아닌가? 이 점 중국측은 북한에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탈북자처리 방침 변경이후 너무 빨리 닥친 사태이긴하나 구체적인 실천방안 과 함께 정면돌파를 당국에 촉구한다. 탈북자들은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측이 신병인도를 공개요구한 것은, 그동안 이 문제에 관한 한 중국측이 한국과의 공개협상을 기피해온 전례에 비춰 볼때 오히려 '전향적'이 아니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직거래의 틈이 열린 셈이다. 따라서 당국은 중국과의 협상창구 개설부터 시도할 필요가 있다. 어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선 국제사면위원회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 국제기구와의 협조를 통해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부여 문제도 제기해야할 시점이다. 협상의 첫단추를 잘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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